사설·칼럼

[차장칼럼] '달변가' 김상조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8 17:24

수정 2017.12.28 17:33

[차장칼럼] '달변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는 달변가다. 20여년 강단에 섰고, 재야 시민운동가였던 그의 힘은 말이었다. 김상조는 문재인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을 대변하는 '입'이기도 하다. 공직자로서 그는 몇 마디 말로 우리 경제현실을 은유하고 날 선 말로 설화(舌禍)를 겪기도 했다.

'김상조의 6개월' 그의 말을 좇아가보자. 지난 6월 취임식에서 자신을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이라며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김상조의 공정위'는 바쁘게 움직였다.
가맹점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7, 8월), 기술유용 근절.하도급거래 공정화 대책(9, 12월), 공정위 신뢰 제고방안(9월) 등을 쏟아냈다. 기대 이상의 속도다.

김상조의 말은 넘친다. 재벌개혁에 대해선 더 그렇다. 말의 톤은 '강(强)'에서 '온(溫)'으로 이동 중이다. 임기 초만 해도 김상조는 재벌개혁의 칼날이 무뎌질 것이라는 우려에 "말랑말랑해지지 않았다. 일말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대뜸 받아쳤다. 그러던 그가 최근엔 "대기업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완곡함이지만 노련하다. 이런 노련함에는 여러 배경이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그의 말실수다. 김상조는 취임 후 6개월간 세 번 말실수를 했다고 인정했다.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먹는다"(7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9월),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11월)가 그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가 사과는 했지만, 빈말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건은 향후 김상조가 중장기로 추구하는 개혁을 예고한다는 점에서다. 금융위와 밀접하게 연관된 금융감독통합시스템 완성, 포털 등 온라인시장 불공정 근절, 재벌 지배구조 개혁이 그것이다. 이 세가지가 같은 고리다.

주목되는 말도 있다. 김상조는 임기 초반 '일자리 창출' '경제활력'이라는 말로 공정경쟁, 재벌개혁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최근엔 '낙수효과'라는 말을 자주 꺼낸다. 낙수효과는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경제성장 명분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책(왜 분노해야 하는가, 2015년)에서 "친기업·친재벌의 낙수효과 논리가 얼마나 허구였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성장을 위해 기업들의 임금분배를 늘려야 한다는 게 장 실장의 생각이다. '소득주도성장-공정경쟁'이라는 큰 틀에서 맥락은 같으나, 김상조는 낙수효과가 재생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갑을문제 해소, 대.중소기업 상생으로 끊긴 낙수효과(하향) 고리를 잇고, 이것과 소득주도성장(상향)이 두 갈래로 선순환해야 한다는 전제다.
그의 말대로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공직자의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김상조가 유독 강조하는 자신의 임기 3년(2020년 6월). 그는 앞으로 어떤 말을 할까. 그가 즐겨 하는 건배사 '우보천리(牛步千里)'처럼, 그의 말 또한 소걸음처럼 가볍지 않기를 바란다.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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