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기자들 힘내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중국 경호원들이 우리 기자들을 폭행했다. 사드 문제로 우리와 중국 관계가 경색되기는 했지만, 중국이 문 대통령에게 외교적 예우를 갖추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웠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빈을 수행하는 외국 기자를 경호원들이 폭행까지 했다. 우리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를 중국 경호원들이 저지했고, 기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했다고 한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에 대한 엄한 처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번 사건에 관해 우리나라에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필자는 우리 기자들이 잘못해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인터넷 댓글들을 접했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기자들을 조롱하고 폭행을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글을 올렸다. 우리 기자들이 외국에서 부당한 폭행을 당했는데 우리 기자들의 잘못이라니! 기자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신조어 '기레기' 단어도 많이 등장했다니 개탄스럽다. 우리 간에 이견이 있더라도 외부로부터 물리적인 위협을 받을 때는 일치단결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제대로 된 국가의 모습이다.

기자들의 수난을 보면서 필자에게 기자가 되기를 권유했던 선친 김규동 시인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시인 활동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1951년부터 3년간 부산 임시수도의 연합신문 문화부장으로, 1954년부터 3년간 한국일보 초대 문화부장으로 일했다. 아버지는 법률과 권력을 가볍게 보았고, 법대생이던 필자가 법률가 대신 기자가 되기를 바랐다.

아버지는 군사정권이 점점 험악해가던 1973년부터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는데, 아마도 젊은 시절 기자로 일하면서 사회의 불의에 저항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던 삶의 연장선상이 아니었을까 한다. 필자는 중학 시절 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실제로 기자가 되지 못했지만 기자가 멋있고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왔다. 일제강점기에 변호사와 기자는 지식인이요 지사(志士)였다.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필자는 기자들을 좋아하고 기자들과 함께 소통하려 노력해왔다. 기자들과 대화하면 세상의 몰랐던 부분들을 넓게 알 수 있고, 대화 자체가 늘 즐겁다. 서울변호사회장 시절과 마찬가지로 필자는 대한변협이 언론에 우호적이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각별히 애쓰는 편이다.

동료 기자가 중국에서 부당한 폭행을 당한 것을 본 기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기자들이 잘못했다며 조롱하는 댓글들을 본 기자들은 얼마나 허탈할까. 필자는 이번 사건으로 기자라는 직업에 자괴감을 느낀 기자의 글도 보았다. 기자들의 직업적 자부심과 사기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기자들의 입사시험은 언론고시라고 불릴 만큼 어렵다. 우수한 인재만 기자가 될 수 있는데, 기자가 된 이후 경찰서 출입부터 시작하며 갖은 고생을 한다. 갑자기 사건이 터지면 곧장 현장으로 가야 하므로 늘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평소 업무량도 매우 많다. 방송기자들은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으로 파견될 경우 상당한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업무량에 비해 받는 급여는 적다. 그럼에도 기자들이 고된 업무를 수행해내는 것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감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중국 경호원들의 기자 폭행 사건을 당당하게 잘 해결하기 바란다. 아울러 기자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기자들이 없으면 언론이 없는 것이다.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기자들이 직업적 자부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