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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준의 애플 사옥 입주를 상상하며

최승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9 11:04

수정 2017.12.29 11:04

연말에 삼성과 한은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주열 총재의 반도체 산업 전망을 돌아본다.

이 총재는 11월 말 한국은행이 임시 거처로 사용하고 있는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워낙 반도체가 좋다 보니 (부진) 우려가 크긴 한데 시계를 길게하지 않고 1~2년 내다본다면 4차산업 진전속도 등을 감안할때 당분간 호조를 이어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의 중심에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특정 업황 전망을 뚜렷이 개진한 적은 없다.

애플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그 나라 시가총액 1위 기업이지만 사옥은 연준과 대륙 정반대편인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다.

이 총재의 반도체 전망 낙관에도 일리가 있다.


28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11월 반도체 생산은 지난달보다 5% 줄었지만 제품출하는 전월 6.6% 감소에서 4.6% 상승으로 반등했다.

11월 반도체 내수 증가세도 15%고, 수출도 전월 4.3% 감소에서 3.3% 증가로 전환했다.

그러나 27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반도체 등 일부업종은 역대 최고 수출 등 호조세"이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반도체 단가 상승세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15일 한 포럼에서 지적한 국내 반도체 선도기업 수익구조와 분배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제조업 상위 시총기업에 대해 "4차산업혁명 중이지만 가만히 보면 시장점유율은 늘리고 원가를 줄여서 상대방을 쓰러트리고 내몫을 챙기는 그런 경쟁 쪽으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원가우위 만으로는 선두 위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제가 돌아가려면 생산만 아니고 분배와 지출이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올해 9월 임금체불을 이유로 사측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가 27일 밝힌 '내년 경제정책 기본방향'은 '사람중심 경제' 구현을 가리키고 있다. 개인소득 '3만불 시대' 원년을 맞아 일자리의 양과 질은 물론 소득 여건도 가시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주력산업 못지 않게 정부 정책 방향도 낙관하고 있는 듯 하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지난달 이 총재는 "정부정책에 힘 입어서 소비의 회복세도 완만하게 꾸준히 진전된다고 본다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3% 내외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은은 지난 11월에 이어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서도 '신중히' 통화완화 정도를 조절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8일 한은이 내년 견실한 성장세가 지속되겠지만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소득 중심 선순환'에 대한 확신이 아직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sdc@fnnews.com 최승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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