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공공기관 또 빚더미 오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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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이 전면 개편된다.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지 10년 만이다. 정부는 28일 일자리 창출과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성과급 지급비율 등 보수체계 개편은 내년 과제로 넘겼다.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부채감축 등 효율성을 중시했다. 그 결과 2013년 217%에 달했던 공공기관 부채비율은 지난해 167%까지 떨어졌고, 부채 규모도 520조원에서 499조원으로 줄었다.

공공성 확대에 방점이 찍힌 개편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사회적 가치 항목은 종전 19점에서 30점으로 대폭 올랐다. 공공기관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대하거나, 안전.환경 점수를 의식해 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무리하게 뛰어들면 빚더미에 올라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명박정부 때 에너지공기업들이 무리한 투자로 부채가 폭증한 게 대표적이다. 시민.사회단체의 평가단 합류도 마뜩지 않다. 본업보다 시민단체 눈치 보기에 급급할 우려가 있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도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여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공조직이다.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공공성 강화가 효율성을 희생한 대가여서는 곤란하다. 그러잖아도 공공기관은 경쟁도 거의 없는 독점적 분야이면서도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아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경영평가는 공공성과 효율성 사이에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칫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공익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기 쉽다. 그리고 그 부담은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공공기관 평가는 그동안 정부의 과도한 통제 논란과 불공정 시비, 평가단과의 유착 의혹 등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공공기관 평가방법을 대폭 바꾸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방만경영과 비효율을 낳는 주요 원인인 낙하산 기관장 방지대책이 빠진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성 없는 대선 공신들의 낙하산 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도를 아무리 좋게 바꿔도 실효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