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애플식 늑장 위기관리, 반면교사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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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성능저하 논란 끝에 사과했지만 고객들 불만

애플이 28일(현지시간) 사과했다.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 때문이다. 애플은 웹사이트에 올린 공식 서한에서 "고객 중 일부가 애플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음을 안다. 사과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뛰어난 경쟁력 덕에 고객 충성도는 경쟁사를 압도한다. 그렇게 도도하던 애플도 결국 머리를 숙였다. 제 말마따나 "고객의 신뢰가 모든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의혹이 전개된 과정을 보면 애플이 오만했다. 지난 가을부터 일부 아이폰 소비자들이 "배터리가 낡을수록 아이폰 성능이 떨어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배터리가 오래되면 빨리 닳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휴대폰 성능이 떨어지는 건 다른 문제다. 전화기가 버걱대면 자연 "아이폰이 낡아서 그렇구나. 새 모델로 바꿔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일부러 성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한다. 배터리만 바꾸면 되는데 비싼 전화기까지 바꾸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고의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배터리가 오래되면 갑자기 아이폰이 꺼질 수 있다, 이걸 막으려 아이폰 성능을 일부 제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같은 기능을 향후 아이폰6 등 외에 "다른 기기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우린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의 해명에 반발했다. 예전에도 애플은 소비자와 대립한 적이 있다. 2010년 아이폰4 안테나가 통화품질에 영향을 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이용자들이 폰을 잘못 잡고 쓴다"고 말해 일을 더 키웠다.

스마트폰에서 배터리는 늘 난제다. 지난해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배터리에 불이 붙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인 리콜로 사태를 조기에 수습했다. 삼성의 과감한 대응은 성공적인 위기관리 사례로 평가된다. 그 덕에 고객 신뢰도 잃지 않았다.

애플이 사과했지만 소비자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애플은 내년부터 배터리 교체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미 새 아이폰으로 바꾼 사람들이 대책에서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적 공방도 대기 중이다.
미국 집단소송은 손해배상 판결이 나면 재판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혜택을 받는다. 따라서 종종 배상금이 천문학적 규모로 커진다. 애플식 늑장 위기관리는 국내 기업들에 반면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