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젊은 세대의 미래를 갉아먹는 '포퓰리즘'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31 16:16

수정 2017.12.31 16:16

[데스크 칼럼] 젊은 세대의 미래를 갉아먹는 '포퓰리즘'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전쟁'과 '부채'. 예전에는 국가 간 전쟁으로 나라가 망했지만 요즘은 과도한 부채로 국가가 무너진다.

전쟁으로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20배에 달하는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물게 됐다. 이 배상금을 물기 위해 화폐를 마구 찍어내다 1913년부터 연간 10조%라는 믿기 힘든 물가상승률에 시달렸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동안 밥값이 수십배가 올랐을 정도라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결국 독일은 이 같은 물가상승률로 경제가 무너지면서 히틀러라는 괴물 정치인을 탄생시켰다. 결국 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며 또 한번 패전국의 불행을 겪었다.

국가 간 전면전이 사라진 요즘 나라를 위기로 몰고가는 요인은 국가부채다.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위기의 시작은 1981년 사회당이 집권하면서다. 엄청난 복지정책을 쏟아내며 압도적 지지로 집권하자 이에 질세라 보수진영을 포함한 다른 정당도 복지 포퓰리즘 경쟁에 합류했다. 특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무원 수를 계속 늘리면서 국가 부채가 엄청난 속도로 급증했다. 국민 5명 중 1명이 공무원이었다. 또 국민연금 수급액이 임금의 95%에 달했다. 인근 독일이 40%였다.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는 결국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독일이 그리스에 재정지원을 그토록 반대했던 것도 독일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처럼 부도덕한 퍼주기식 연금을 지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중남미에서는 일찍이 1946년 후안 페론의 아르헨티나가 포퓰리즘으로 무너진 데 이어 2000년대 들면서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이 전철을 밟아 국가 위기를 겪고 있다.

포퓰리즘은 이처럼 국가를 좀먹는 행위임에도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개인주의가 강한 국가일수록 그 심각성을 더 모른다. 내가 수혜를 입으면 국가재정이든 지방재정이든 바닥 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도 중남미와 그리스를 답습하고 있다. 여야가 내년부터 공무원을 9457명 더 뽑기로 했다. 그나마 당초 정부안 1만2221명에서 조금 줄었지만 정부에서는 당장 내년 한 해만 봉급과 수당으로 5000억원 이상이 들어가게 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17만4000명을 증원할 계획이어서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예산만 향후 5년간 17조원, 30년간 총 260조원이 넘게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시간당 7530원으로 16.4%가 오른다. "기껏해야 1000원 오르는데 뭐가 그리 죽는 소리를 하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월급만 오르는 게 아니다. 직원의 수당이 이에 비례해 오르고, 실업급여나 국민연금부담액 등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이를 위해 세금 13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 국고는 '화수분'이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근로자들이 그만큼 더 많은 비근로자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청장년층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027년에는 청장년층 3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포퓰리즘에 휘둘리면 우리 젊은이들의 어깨는 이보다 더 무거워 질 것이다.
포퓰리즘은 우리 젊은 세대의 미래를 갉아먹는 너무도 치졸한 정치행위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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