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윤중로] 개띠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6:47

수정 2018.01.01 16:47

[윤중로] 개띠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개판'이다. 서울은 물론 전국 주요 곳곳을 개들이 장악했다.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매장에서는 개 모양의 케이크, 개가 그려진 쿠션, 개 저금통, 뼈다귀 머핀 등 다양한 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강아지가 그려진 골드바도 나왔고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는 진돗개를 형상화한 높이 12m의 대형 조형물이 등장했다. 대망의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맞아 발 빠른 유통·제조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무술년은 개의 해, 그것도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 개'의 해다.
기자도 개띠이다 보니 주변에서 '황금 개의 해인 올해는 너의 해가 될 것'이라는 덕담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일명 '58년 개띠'가 80만명, 1970년생이 100만명, 1982년생이 82만여명에 달한 정도로 흔한 개띠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덕담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그런데 좀 느낌이 이상하다. 황금과 개, 사실 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황금돼지띠, 황금소띠, 황용띠 등은 자연스러운데 황금개띠는 영 입에 붙지 않는다. 황금 개 하면 바로 흔하게 접하던 누렁이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개'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좀 가벼워서 그런 것 같다. '개'가 붙어있는 말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개 같은' '개보다 못한' 등의 욕설의 주체가 되고 있고 '개판'은 사전적으로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의미하고 있다. 다른 동물들도 많은데 왜 개에 대해서만 이런 말들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1000만 반려동물 시대에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요즘, 개들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면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고 서운하다는 표현을 할 것 같다.

그래도 사람들이 무시해도 개는 항상 사람에게 도움이 돼 왔다. 개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가축이자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이다. 사람을 잘 따르고 주인이 위기에 빠질 때는 목숨을 바쳐 주인을 보호하는 충직한 동물이다. 국내외 역사 또는 신화 속에서 심심찮게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사람과 워낙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우리나라에 개와 관련된 지명이 101개나 된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개목고개'에는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의 곁에 불이 나자 개가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 불을 꺼트리고는 기력이 다해 죽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정유년인 2017년에는 너무 힘든 일이 많이 일어났다. 나라 안에서는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웠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나라 밖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힘겨루기로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세계 곳곳에서는 테러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떠올리기조차 싫은, 가슴 아픈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매년 초 반복되는 기대감일 수 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모두가 개와 같은 용맹성과 충직함을 갖고 살아간다면 올해는 정말 만족한 한 해가 될 것이다.
개띠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이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