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는 '코인 공부'가 필요하다

돌이켜보니 지난 한 해는 정말 현금 없이 살았다. 삼성페이가 지원되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후로는 지갑을 아예 놓고 다녔다. 적어도 현금만큼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공수래 공수거를 실천 중이라 당황스러울 정도다. 가치는 실물에서 가상으로 옮겨갔다. 세상이 변했다.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적응했다.

얼마 전 한 시중은행 직원이 13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 중인 이 사건의 전말에는 비트코인이 있다고 한다. 해당 은행에선 비트코인 투자 금지령이 떨어졌다. 비트코인을 이번 사건의 원흉으로 보고 각 지점의 가상통화 투자에 발을 들인 행원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시를 한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물어봤단다. "근데 비트코인이 뭐냐?"

이 코미디는 현 정부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법무부와 금융당국은 수차례 강력한 규제 가능성을 내비치며 투자자들을 향해 경고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기자에게 비트코인의 개념을 묻고 다녔다.

정부의 규제발표에도 시장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자들 사이에서 '규제는 화폐 인정'이라는 장기적 호재요, 규제로 인한 단기폭락 현상은 투자 관점에서 저점매수 타이밍으로 해석됐다. 이제 투자자의 눈은 대장주인 비트코인에서 기술적으로 더 발전된 알트 코인(덩치가 작은 코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코인은 빅뱅 파괴자로 봐야 한다. 일단 파괴가 일어나면 맞서 싸우기 어려운 세계의 거대한 흐름이다. 정부 정책과는 별개로 국내 대기업은 이미 코인 연구에 돌입했다. 가짜 코인과 활용성이 있는 알짜 코인을 구분 중이다.

일본은 코인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문을 걸어잠갔던 중국도 서서히 빗장을 거두려는 분위기다. 세계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을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혹시도 모를 쓰나미를 걱정해 지레 겁을 먹은 것 같다.
만약 규제일변도 속에 코인이 기성 화폐를 대체한다면 그때 우리가 놓친 어마어마한 기회비용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무조건적인 규제는 정답이 아니다. 규제를 위해서라도 당국자들은 제대로 코인 공부를 해야 한다. 적절한 규제와 시장육성 정책이 나온다면 세계 코인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이 빅뱅 파괴자로 설 수 있을 것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