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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2년차 문재인정부에 거는 기대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6:55

수정 2018.01.01 16:55

[차장칼럼] 2년차 문재인정부에 거는 기대

로마제국의 제13대 황제인 트라야누스 데니리우스는 원래 군인이었다. 출신 성향 때문인지 그는 나라의 힘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었고 그리스 북부 다키아를 비롯해 아르메니아, 메소포타미아, 이베리아,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 이집트 일부, 브리타니아 남부까지 통치권에 넣을 수 있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후 로마제국의 영토를 최대한 넓힌 인물로 꼽힌다. 다키아 원정 때의 일은 트라야누스 원주로 불리는 대리석 기둥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반면 그는 내정 문제에 대해선 원로원과 협조를 중시했다. 또 구빈제도 충실, 세금부담 경감, 공공사업 진흥 등 행정개혁을 추진하며 제국을 번영시켰다.
시내엔 새로운 광장을 만들어 여론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 덕분에 그는 신분과 빈부의 차이를 뛰어넘어 로마 시민의 존경과 지지를 받았다.

당시 주조된 화폐에 새겨진 옵티무스 프린켑스(Optimus Princeps), 즉 최고의 황제라는 그에게 주어진 호칭만 봐도 시민으로부터 받은 인기를 추정할 수 있다. 단순히 황제로서 위치를 굳건히 하기 위한 군사적 힘만 키운 황제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트라야누스는 사실 로마제국의 바깥 행정지역(속주)인 히스파니아의 이탈리카 태생이다.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로마제국의 왕위까지 올라 나라를 강하면서도 살기 좋게 다스린 것이다. 트라야누스가 왕권을 물려받은 것이 지금으로부터 1920년 전인 기원후 98년이다. 그해를 육십 간지로 따지면 무술년(戊戌年)이 된다.

다사다난했던 정유년(丁酉年)이 저물고 무술년 첫 해가 밝았다. 2017년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경제보복, 가상통화 열풍, 어금니아빠 이영학 사건, 세월호 인양, 인천 초등학생 살해사건 등 수많은 이슈를 생산한 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의 국정농단이다. 재판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도 국민은 분노했고, 좌절했고, 실망했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출범한 것이 문재인정부다. 이 정부는 적폐 청산 등 다양한 개혁정책을 강도 높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쪽에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등 국민 여론도 충실히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 슬로건도 '사람이 먼저다'로 정했다.

문재인정부의 탄생은 2017년이다. 그러나 지난해가 과거 정부의 정리였다면 본격적인 정책은 사실상 올해부터다. 공교롭게도 트라야누스가 왕권을 잡은 해와 같은 무술년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트라야누스처럼 후손에게 옵티무스 프린켑스라는 칭송을 받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도 짐작은 할 수 있다.
그 잣대의 시작이 2018년, 바로 올해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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