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직접고용 대신 합작사로 간 제빵사들

10명중 8명이 자율 선택.. 고용부의 무리수 드러나

파리바게뜨의 제빵사 고용문제가 해를 넘겼다. 제빵사 등 5309명 중 4400명이 3자 합작사인 '해피파트너즈'를 선택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다. 고용노동부가 부과키로 한 과태료는 1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용부가 과태료를 무기로 밀어붙인 직접고용 해법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다수 제빵사가 본사보다 합작법인을 택한 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직접고용이 되레 일자리를 줄일 수 있어서다. 본사가 고용하면 제빵사 월급은 크게 늘어난다. 그다음이 문제다. 본사는 늘어난 인건비를 가맹점주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생리다. 제빵사 소속이 바뀌면 가맹점주는 인건비가 증가한다. 이를 달갑게 여길 가맹점주는 없다. 이럴 바엔 직접 빵을 굽거나 다른 업체 제빵사를 고용하겠다고 밝힌 가맹점주가 1000명을 넘었다. 역설적이게도 무리한 처우개선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셈이다. 3자 합작법인도 제빵사가 선택한 차선책일 뿐이다. 처우는 소폭 개선되지만 고용구조는 더 복잡해진다.

파리바게뜨 사태로 불거진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법이 현실과 동떨어진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파견법)'은 32개 업무만 파견을 허용한다. 파견법에 거론되지 않은 업무는 자칫하면 불법파견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제빵사도 파견 허용업무가 아니다. 고용부는 시장을 외면하고 경직된 법을 그대로 해석했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시정조치를 따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본사 소속 제빵사에게 가맹점주가 빵을 더 구으라고 직접 말해도 불법이다. 비현실적인 법 때문에 대다수 프랜차이즈는 불법파견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 파견법은 거론한 업무만 파견이 허용되는 포지티브 규제다. 수시로 개정하지 않으면 다양한 노동방식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 일본 파견법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모두 파견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파견법은 2007년 이후 10년 동안 변하지도 않았다.

제빵사 처우를 개선하려는 고용부의 선의는 이해한다.
하지만 본사 직접고용 시정명령은 있는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조치다. 고용부가 업계 현실을 감안했다면 파견법을 유연하게 해석하는 게 옳다. 그게 안 된다면 과감히 파견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