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박용만 "사회주의 중국보다 못한 한국"

지령 5000호 이벤트

"4차산업서 우리 앞질러"
정부·정치권 다 각성해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규제완화와 관련, 또 쓴소리를 했다. 박 회장은 1일 언론간담회에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한국에서 불가능한 게 옳은 일인가. 낡은 규제는 정말 없앨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4차산업 영역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앞선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를 없앤다고 했지만 되레 늘어났다. 문재인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은 규제에 가로막혀 한 발도 못 나간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은 속도다. 속도는 성과이고 체감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과감하고 담대해야 한다"며 규제완화를 강조했지만 실행이 되지 않는다. 담당 공무원들은 바꾸길 주저하고, 국회에 가면 여야가 서로 다투다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우리가 반도체와 인터넷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과 인프라를 갖고서도 4차 산업혁명의 후진국으로 전락한 이유다. 규제 때문에 안 되는 게 너무 많아서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내놓은 4차 산업혁명과 규제개혁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나와 있다. 2004년 출시된 당뇨폰은 의료기기와 통신기기를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이지만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에 막혀 국내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요금을 정산하는 앱미터기도 일반 택시는 불법이다. 원격화상 투약기도 약사법상 불법이다. 숙박공유는 관광진흥법상 외국인에겐 가능하지만 내국인에게는 역시 불법이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로보어드바이저도 마찬가지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규제에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생존 문제라고 했다. 바뀐 환경에 맞춰 기업들이 적응할 시간을 줘야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제품값 인상,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현실화한다는 얘기다.

새해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2년 연속 3% 성장이 전망된다. 하지만 통상마찰, 금리인상, 북핵 지정학적 리스크 등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전환, 법인세 인상 등의 효과가 기업에는 올해부터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2년차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기저효과가 아니라 성적표로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
그 성적표라는 것이 결국 경제 성적표이고 기업의 실적이다. 문 대통령이 아무리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더라도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성장도, 소득도, 일자리도 나아질 수 없다. 새해에는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보다 기존 정책의 부작용 관리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