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복잡한 문서 척척… 한국도 AI 변호사 시대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1 17:09

수정 2018.01.01 17:09

대표적 업체 '제법아는 언니' 올해 상반기 정식 서비스
작년 선보인 '리걸인사이트' 고소장 등 무료로 자동작성
법률시장 문턱 낮추는 계기
복잡한 문서 척척… 한국도 AI 변호사 시대

지난해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결로 촉발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산업계를 넘어 법조계에서도 싹트고 있다.

법률 선진국인 미국에 비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일부 업체가 AI기술을 활용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각종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 주는 서비스를 최근 시작하며 새로운 법률서비스 시장 개척에 나서 주목된다.

■투자계약서 등 기업 중요문서 자동작성

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미국 내 수백명의 변호사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알레고리 로(Allegory Law)'는 미국 법조인 사이에서 화제가 된 지 오래다. AI방식의 소송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단 한번의 검색만으로 필요한 소송 서류와 증거를 찾고 어떤 상황에서 활용해야 하는지 알려줌으로써 변호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게 이 프로그램의 특징.

'알레고리 로'의 창업자인 알마 아사이 변호사는 "과거에는 소송 관련서류가 작은 서류가방에 다 들어갔지만 현재는 가방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며 "인공지능 발달의 중요한 목표는 수십년 전 변호사들이 했던 본연의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특허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던 미국의 워커 박사가 설립한 렉스 마키나도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 소송의 판결 결과를 예측하는 AI법률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 유명한 곳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정진숙 변호사(사법연수원 43기)가 국내 한 정보기술(IT) 업체와 손잡고 설립한 '제법아는 언니'다.

이곳은 자체 법무전담 직원을 구성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나, 특히 스타트업 등 신규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를 1년 전부터 베타서비스 형식으로 시작했다. 비밀준수약정서와 투자계약서, 근로계약서 등 기업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중요문서 및 내용증명과 위임장 등을 체크리스트를 클릭하기만 해도 무료로 자동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법무사에게 간단한 내용증명만 맡겨도 수십만원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할 때 법률시장 문턱을 대폭 낮춘 셈이다. 기업들이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한 뒤에도 완전성 보강을 위해 실제 변호사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실시간 첨삭서비스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운영자인 정 변호사는 "법률문서 자동작성에서 제공되는 문서들은 향후 소송 등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있는 문서로, 3분 정도 만에 간단히 작성된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정 변호사 외에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시절 IT 및 파생상품 수사로 관심을 끌었던 박성재 변호사(30기)와 게임회사 경영자, 프로그래머 등 IT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향후 기업이 이미 체결했거나 체결 예정인 법률문서를 업로드하면 독소조항이나 법적 리스크를 점검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제법아는 언니'는 올해 상반기 중 정식서비스로 전환, 현재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 가운데 일부는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AI를 활용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은 일반 로펌에 비해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내용증명과 위임장 등은 현재와 같이 계속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시간·비용 절감 가능…변호사업계 틈새시장

지난해 11월 말 무료로 고소장 자동작성 서비스를 론칭한 '리걸인사이트'도 주목받는 'AI변호사' 업체다. 채민성 변호사(로스쿨 6회·여)와 정재훈 변호사(연수원 31기)가 주축이 돼 설립한 이 곳은 상해, 폭행, 명예훼손 등 10개 유형의 고소장을 인터넷에서 쉽게 작성할 수 있는 '마시멜로'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활용한 덕분에 회원 가입부터 변호사 검토를 거쳐 고소장이 완성되는 데 단 2일이 소요된다. 이곳은 향후 개인회생신청서 자동작성 프로그램도 추가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AI를 이용한 법률서비스는 높게만 느껴졌던 법률시장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포화시장에 다다른 변호사시장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아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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