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마크롱의 뚝심

지령 5000호 이벤트
문재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곧잘 비교된다. 집권한 시기와 일자리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점이 닮아서다. 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문 대통령은 첫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라 했고, 첫 현장방문지인 인천공항공사에서는 비정규직 제로도 선언했다. 노동경직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마크롱은 취임 첫날 3대 노조 대표와 경제단체 대표를 만나 8시간 동안 노동개혁 필요성을 설득했다. 10년간 이어진 저성장.고실업의 프랑스병(病)을 고치기 위해서다. 마크롱은 공공부문 일자리 12만개를 없앤 돈으로 신산업에 투자하는 등의 노동개혁 공약을 내놨다. 모두 강성 노조의 힘을 빼고 기업의 해고권한을 확대하는 노동유연화 정책이다.

물론 마크롱의 개혁정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노동계 총파업과 의회의 반대에 부닥치며 지지율이 30%대로 반토막나기도 했다. 하지만 마크롱은 "게으름뱅이에게 굴복하지 않겠다"며 흔들리지 않았다. 의회를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으로 개혁정책을 과감히 밀어붙였다. 노동개혁 실무팀도 친노동계 인사로 구성해 신뢰를 쌓았고, 100여차례 회의를 열어 끈질기게 노동계를 설득했다.

마크롱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프랑스를 떠났던 고급두뇌와 투자자들이 속속 돌아오고, 외국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났다. 그 결과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는 1.7%에서 1.9%로 올랐고, 실업률은 9.4%로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지지율이 50%대로 뛴 것은 덤이다. 마크롱은 새해 세제와 공공개혁에 나선다. 슈퍼리치의 해외이탈을 부추겼던 부유세를 축소하고, 33% 수준인 법인세를 2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계획도 내놨다. 올해는 비대한 공공부문의 살을 빼는 작업도 시작한다.

문재인정부는 마크롱과 거꾸로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 제로 등 가뜩이나 세계 최고 수준인 고용경직성은 더 굳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일자리 만들기의 핵심인 기업들의 투자여건은 점점 나빠진다. 벌써 부작용도 나타난다. 최저임금 부담에 음식점 등 생활물가는 오르기 시작했고, 무인주문기 등 자동화기기가 사람을 대신한다.

고용시장 한파는 가장 심각하다. 청년실업률은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작년 3%대 성장으로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것과 딴판이다. 그나마 올해 일자리 사정은 더 나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새해 취업자수 증가 폭을 작년과 같은 30만명대로 잡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유는 물론 그동안 펼쳐놓은 친노동정책의 부작용이다.

출범 8개월째를 맞은 시점에 두 나라 대통령의 성적표를 매기기에는 섣부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를 되돌리는 데 힘이 들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게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문제는 속도다. 정권교체로 정책이 바뀌면 기업들이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 더 이상 속도 때문에 취지까지 훼손돼선 곤란하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