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경제분야 개헌, 시장경제 원칙 훼손말라

자문위안 국가.노동 편중.. 시장 실패는 보완 그쳐야

경제 분야 헌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말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낸 보고서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자문위 보고서는 구속력이 없다. 받아들일지 말지는 특위가 결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문위 보고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특위가 개헌 논의를 풀어가는 출발점으로 보고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고안은 헌법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문구를 뺐다. 대신 경제분야에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도 '국가가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서 '규제와 조정을 하여야 한다'로 세졌다. 더욱 도드라진 변화는 노동 쪽에서 보인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직접고용을 의무화했다.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도 막았다. 크게 보면 권고안은 시장보다 국가(정부), 기업보다 노동을 앞세웠다. 문재인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자문위 권고안은 두어가지 점에서 논란을 부른다. 무엇보다 시장경제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오늘의 한국을 일군 밑거름이다. 무역 1조달러 신화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위업도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존중하는 시장경제 틀 안에서 이뤄졌다. 물론 시장경제가 만능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실패는 보완에 그쳐야지 아예 정부가 다 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정부 실패의 비참한 결과가 바로 사회주의다.

노동시장 간섭도 지나치다. 만약 헌법이 기업에 직접고용을 강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간제법에서 보듯 온갖 편법이 난무할 공산이 크다. 못 살겠다며,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도 꽤 나올 것 같다. 해고 문을 더 좁히면 부실기업 정리는 더 힘들어진다. 지금도 우리 경제는 세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수두룩하다. 물갈이가 더딘 산업 생태계는 마치 미지근한 물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간다.

무엇보다 권고안은 제4차 산업혁명 추세와 어울리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진작에 컨베이어벨트식 노동집약산업 구조에서 벗어났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신드롬을 보라. 세상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개인과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더 풀어줘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1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우리가 규제가 더 많다"고 탄식했다. 헌법을 통한 규제 강화는 최악의 선택이다.
헌법특위는 오는 6월까지 활동을 연장했다. 특위가 자문위 안을 그대로 수용해선 안 된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 경제의 장래를 먼저 생각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