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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치료의 요람' 선진국을 가다] 아침에 화를 내면 음악을 틀어주고 치매환자를 게스트라 부르는 데이케어센터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2 18:01

수정 2018.01.02 18:01

(上)스웨덴
사람 중심 치매 지침서를 만든 나라 Sweden
2010년 국가 치매 지침서 토대로 290개 코뮨서 치매환자 관리
조기발견부터 관련 직군 협력.. 치료방침.요양보호사 교육 등 6개 전문분야로 나눠 세밀한 관리
스웨덴 치매 환자 데이케어센터인 실비아헴메트 욕실은 변기는 파란색, 목욕 의자는 검은색, 세면대는 하얀색, 수건은 빨간색 등으로 구분해 치매 환자들이 용도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웨덴 치매 환자 데이케어센터인 실비아헴메트 욕실은 변기는 파란색, 목욕 의자는 검은색, 세면대는 하얀색, 수건은 빨간색 등으로 구분해 치매 환자들이 용도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로타 울로프손 후딩에코뮨 치매 전략분석개발부 직원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지원"
로타 울로프손 후딩에코뮨 치매 전략분석개발부 직원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지원"

스테판 브레네 보건복지청 담당 "치매환자를 비슷한 퀄리티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
스테판 브레네 보건복지청 담당 "치매환자를 비슷한 퀄리티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

【 스톡홀름(스웨덴)=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스웨덴은 치매 선진국인 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먼저 치매정책을 활발하게 펼친 국가다. 왕립국가인 스웨덴의 실비아 왕비가 치매를 앓은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1996년 실비아헴메트라는 주간보호센터를 설립했고, 소피아헴메트 간호대학을 만들어 전문적 치매간호사를 배출하도록 정책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이 간호대학에서 추가로 교육을 받고 졸업하면 치매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실비아간호사'가 된다. 2일 스웨덴 보건복지청에 따르면 스웨덴 치매환자 16만명 중 9만4000명이 자가에서 생활하고 6만6000명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스웨덴 보건복지청 스테판 브레네 치매국가지침서작성부 담당은 "스웨덴은 동일하고 체계적 치매환자 관리를 위해 2010년 국가지침서를 제작해 각 코뮨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두번째 지침서인 치매전략 2020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 코뮨서 치매환자 관리 전담

스웨덴은 세금을 많이 걷어 복지정책을 실현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일반 국민은 소득의 30%, 고소득자는 57%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따로 건강보험료나 장기요양보험료를 걷지 않는다. 스웨덴의 장기요양서비스는 기초자치단체의 노인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된다. 201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4.5%에 달하는 25만명이 시설 또는 재가 급여대상이 되고 있다.

스웨덴은 21개 랑스턴(도)과 290개의 코뮨(옛 지자체)으로 구성돼 있다. 랑스턴에서는 의료부문을 담당하고 코뮨에서 노인복지, 시설, 데이케어센터 등을 맡고 있다.

수도인 스톡홀름 시청에는 14개 코뮨이 있다. 스톡홀름 시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10만명의 인구를 가진 스웨덴 지자체인 후딩에코뮨을 찾았다. 후딩에코뮨의 로타 울로프손 치매 전략분석개발부 직원은 "코뮨에서는 치매 친화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치매환자를 요양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환자들도 낯선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을 원한다. 코뮨에서 가족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사가 힘든 경우에는 요양보호사가 집을 찾아 식사하는 것을 돕는다. 또 데이케어센터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환자를 돌봐준다.

일반적으로 치매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치매 진단이 내려지면 발생을 하게 된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개인의 동의를 얻어 시에 보고를 하게 돼 있다. 이후 사회복지사를 파견해 가족과 대화를 하고 가족 서포트나 가족 그룹 등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치매 중증환자는 가정방문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체크하게 된다. 요양보호사가 가정 내에서 식사 등 짧은 시간 도움을 줘야 할지, 아니면 데이케어센터로 보내야 할지 결정한다.

로타씨는 "아직도 초기 치매환자들은 치매를 감추려 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치매환자가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뮨에서는 지난 2010년 발간된 '국가 치매 지침서'를 토대로 치매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이 지침서에는 6개 분야에 대해 전문적 내용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지침서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코뮨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6개 전문분야는 △조기발견을 위해 1차 진료소에서 증상이 있는 경우 치매를 의심하는 진단과정 △이상행동증상(BPSD) 등록 평가를 토대로 코뮨과 랑스턴이 동일하게 협력 △의사, 요양보호사, 간호사, 가족 등 치매환자 관련 직군들의 협력 △가족이 요양시설인 데이케어센터에 연계하도록 도움 △새로운 약물정보 등 치료방침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등의 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과 BPSD 평가 통해 질 관리 유지

스웨덴이 치매환자 관리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는 적절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치매환자를 대하는지, 평가를 통해 환자 관리의 질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일반 요양보호사가 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소피아헴메트 같은 2년제 대학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2년제 준간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치매전문요양보호사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육의 50%는 원격으로 할 수 있도록 해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BPSD등록평가'를 통해 노인복지 퀄리티를 조사한다. BPSD는 평가를 토대로 실제 사례를 통한 교육지침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치매환자가 배회할 때 배가 고픈 것인지, 다른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방법이 담겨있다. 또 아침에 환자가 화를 내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음악을 틀어줘 환자의 화를 가라앉히는 방법도 제시돼 있다. 로타씨는 "스웨덴의 치매환자 정책은 무조건 '사람 중심'"이라며 "사람을 잘못 이해해 잘못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요양보호소의 경우 BPSD평가를 실비아헴메트를 통해 받았다고 공개한다.
이 평가는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선책을 알려줘 더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를 받은 기관은 그만큼 환자들에게 신뢰를 받게 된다.


보건복지청 스테판 담당은 "지난 2014년 BPSD 평가를 통해 코뮨에서 치매 지침서를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평가했는데 코뮨마다 수준 차이가 났다"며 "이 평가를 토대로 2016년판을 제작해 다시 배포하는 등 국가 전체가 치매환자를 비슷한 퀄리티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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