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차별에 뿔난 육군장교들 국민청원으로 목소리 내다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3 15:39

수정 2018.01.03 16:03

군복무 헌신의 가치는 모두가 평등하다
임관 이후에 이어지는 인사·문화적 차별... 軍 사기 저하로
육군 학사장교 62기로 임관하는 신임 소위들이 지난 2017년 6월 23일 충북 괴산 학생군사학교에서 임관식을 가졌다. /사진=fnDB
육군 학사장교 62기로 임관하는 신임 소위들이 지난 2017년 6월 23일 충북 괴산 학생군사학교에서 임관식을 가졌다. /사진=fnDB
오랫동안 군장교단의 적폐로 지적되어 온 '학사장교'의 차별에 대해 육군 학사장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육군 학사장교 출신의 익명의 청원인은 지난해 12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이하 국민청원)에 '군 초급장교 출신별 불평등을 없애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청원개요에서 "장교임관 및 전역 등 부당한 적폐를 바로잡아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며 청원 이유를 밝혔다.

군복무 헌신의 가치는 모두가 평등하다
육군 학사장교 총동문회 관계자는 3일 "육군사관학교, 3사관학교, 학군단(ROTC), 학사장교, 간부사관 등 모든 장교단과 부사관, 병에 이르기 까지 국군 장병의 국가에 대한 고귀한 희생은 숭고하며 평등해야 한다"면서 "우리 군은 오랫동안 병역이라는 신성한 희생의 가치를 차등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군을 이루는 다양한 신분과 출신들이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군발전에 공헌했지만, 정부와 군 당국은 낡은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다"고 말했다.

3일 현재 1208명이 참여한 국민청원에는 타 출신과 비교해 격이 낮은 임관식 행사, 근속연수 산정의 형평성 등 학사장교에 대한 다양한 차별 사례들이 올라 왔다.

익명의 한 참여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타출신의 화려한 임관식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장교단의 일원으로 임관한다는 기쁨을 국민들께 축하받고 싶다. 그러나 지난 2017년 62기 임관식에 육군은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았다"면서 "임관식 뿐만 아니라 임관 후에도 보이지 않는 차별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같은 해에 임관한 타출신 장교에게 경례해야하는 설움, 같은 근속기간을 복무하더라도 10년 근속약장을 길게는 4년 짧게는 2년 늦게 수여 받는다"면서 "장교가 되기 위한 타출신들의 헌신 기간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호봉 산정에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 않지만, 근속연수로 따지면 사관생도 2학년이 학사 소위보다 선임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군관련 변호를 맡아온 최종호 변호사는 "근속연수 산정에 학생신분인 육사생도 4년, 3사생도 2년, 학군 후보생 2년의 기간을 산입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관 이후에 이어지는 인사·문화적 차별... 軍 사기 저하로
학사장교에 대한 차별 대우에 대해 타 출신 장교들도 '이러한 적폐가 초급 장교의 사기저하와 우수인력의 지원저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 출신의 한 예비역은 "해군의 경우 근속년수 산정 기준은 육군과 같지만, 임관 후 같은 해 임관한 해사, 해군학군 장교에게 간부사관(학사) 장교가 경례를 해야하는 문화는 없다"면서 "해군의 경우 간부사관들의 장기지원이 낮아 진급에도 크게 불이익은 없다. 같은해 임관자는 동기생이라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육군 학사장교들의 현실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육군 학사장교는 1981년 1기생 629명의 임관을 시작으로 1998년에는 2061명이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뿐만 아니라 학군장교 다음으로 많은 초급장교를 배출해, 한때 육군 중대장의 약 40%를 학사장교 출신들이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의무복무 기간이 28개월인 학군장교 보다 12개월(양성교육 4개월 포함)을 더 복무해야하는 부담감, 육군 내부의 차별적 문화로 인해 2010년에는 한해 임관자가 600여명으로 급감했다.
지난 2017년 6월 23일 소위로 임관한 학사62기는 440여 명에 그쳤다.

오신환 육군 학사장교 총동문회장은 "고시, 해외대학 학위 등 다양하고 우수한 경력을 가진 인재들이 학사장교 제도를 통해 군발전에 공헌해 왔다"면서 "올해 후반기 장군 인사에서 장군으로 진급된 동문장교는 없었지만, 우리 학사총동문회는 예비역 장교로 각자의 위치에서 군을 응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군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만, 정작 소외받는 군인들에 대한 적폐는 보고 계시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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