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규제혁파에 감사원도 앞장서길

文대통령 이례적으로 당부.. 실효성 있는 면책제도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최재형 신임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공무원이 규제와 관련된 해석을 폭넓게 하다 발생한 상황에 대한 감사는 기준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립성을 중시하는 감사원에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감사 방향을 주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규제완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 시무식에서 "규제.(부처 간) 장벽.자신은 낮추고, 공직역량.감수성.책임성은 높이자"고 말했다. 이 총리는 "신산업은 자꾸 융복합으로 나오는데 어느 부처 소관인지만 따지고 있으면 신산업은 언제 크냐"며 대담한 규제혁파를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악명 높은 규제공화국이다. 세계 137개국 가운데 한국 경제규모는 11위인데 정부규제 부담은 95위라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세계 100대 혁신기업의 사업모델 가운데 절반이 한국에선 불법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전봇대, 손톱 밑 가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정권마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완화를 외쳤지만 규제는 되레 늘어난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규제가 많다"고 한탄했겠나.

규제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회에서 쏟아지는 의원입법이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정부안과 달리 의원입법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작년 9월 의원발의 법안이 전체의 94%에 달하지만 사전영향평가를 받지 않아 무분별하게 규제가 늘어난다는 보고서를 냈다. 실제 20대 국회가 발의한 기업 법안 1000건 중 700건이 규제 법안이다.

공무원들의 사고방식도 문제다. 공무원들은 양손에 규제와 예산을 쥐고 일한다. 하나라도 없으면 허전하다. 그러니 규제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 개정 없이 공무원이 풀어줄 수 있는 서랍 속 규제가 30%가 넘는다"고 말한 이유다. 혁신성장은 4차 산업혁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규제혁파 없는 혁신성장은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사원 감사가 규제혁파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주 4차 산업혁명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도 "정책 혁신을 저해하는 감사원의 과도한 정책감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감사원도 2009년부터 면책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면책요건이 추상적인 데다 공무원들이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 감사원장은 "공직자가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번엔 제대로 된 면책제도를 만들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