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

매출목표 2조원 낮추고 임원 30% 감축… ‘최악의 해’ 예고

지령 5000호 이벤트

장관.금융위원장 이끌고 거제 내려간 文대통령… 조선업 얼마나 어렵나
정부, 조선산업 부활 위해 올 7월 해양진흥공사 설립
업계도 몸집줄이기 박차.. 뼈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 쇄빙 LNG 선박 건조현장을 시찰 한 뒤 갑판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구조조정 중인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하면서 조선업계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조선업계가 최악의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방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빅3' 조선업체들은 올해 1조~2조8000억원대의 매출 하락이 예상되면서 최악의 경영활동이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러시아 대통령특사였던 송영길 의원 등과 함께 대우조선 거제사업장을 찾았다. 이날 대통령과 동행한 해수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 살리기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 청산 위기에 몰렸던 대우조선에 수조원대의 정책금융자금 투입에 동의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들어간 공적자금만 10조원이 넘는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해양.조선업을 함께 살리기 위해 올해 7월 해양진흥공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

■문대통령 '두마리 토끼' 잡을까

조선업계는 이번 문 대통령의 대우조선 방문 목적이 두 가지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직접 승선한 야말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블라디미르 러사노브호'는 러시아 시베리아 최북단 야말반도에 매장된 약 1조2500㎥의 천연가스전을 개발, 연간 1650만t의 LNG를 생산하는 사업에 투입된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큰 관심을 쏟는 사업이다. 야말 프로젝트의 연간 생산 예정량은 1650만t 으로, 우리나라가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들여오는 연평균 LNG 도입량(150만t)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도 1조2500억㎥ 정도로, 이는 우리나라가 60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야말반도에서 생산되는 LNG를 운반하기 위해 쇄빙기능과 LNG 운반기능을 동시에 갖춘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선박이 필요하다. 대우조선은 척당 3억달러 이상인 선박을 모두 수주해 약 48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조선업계에서 야말 프로젝트는 '잭팟'으로 불린다.

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큰 관심사인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한국의 선박을 직접 살펴본 것은 양국 간의 관계증진을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임기 중 러시아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것을 한국은 신북방정책의 비전으로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선산업 부활은 문대통령 복심

또 다른 문 대통령의 대우조선 방문의 중요한 목적은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 구하기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대우조선 생산시설을 찾는 등 조선산업 육성에 적극 관심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우조선을 비롯한 국내 조선산업을 반드시 살리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를 감안할 때 대우조선이 새 정부에서도 일단 생존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선업체들은 올해 몸집 줄이기와 실적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들은 올해 매출목표를 최대 1조~2조8000억원대까지 줄일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10조원대의 매출을 새해에 9조원, 2019년에 8조원 등 단계적으로 7조원대까지 줄일 예정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과거 실적을 돌이켜보면 매출이 7조원일 때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매출 7조8000억원에 영업이익률이 4%에 달했던 2007년이 그랬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 7조9870억원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번 목표는 10년 전과 비교 시 60%나 줄어든 수준으로,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신년사에서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7조9000억원에서 올해 5조1000억원으로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줄일 예정이다. 또 삼성중공업은 임원 30%를 감축하는 등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달 말 유상증자 절차에도 착수한다.

삼성중공업 남준우 사장은 "(5월 초까지)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면서 "2016년에 한마음 한뜻으로 유상증자를 해낸 것처럼 이번에도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자"고 임직원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 조직을 저비용·고효율 중심으로 대폭 정비하고, 임원 수를 30% 축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 임원(사외이사 제외)은 종전의 72명에서 50명으로 22명 감소했다.
또 조직개편을 단행해 전체 조직 수는 89개에서 67개로 축소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목표로 했던 9000억~1조원 수준의 자산매각을 완료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1년 미뤄진 흑자전환에 다시 나설 전망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