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개혁과 도약 2018 함께 뛰자, 대한민국] "정부가 돈 대줄테니 창업하라" 규제부터 쓸어버린 중국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3 18:58

수정 2018.01.03 18:58

(5·끝) 주변국서 배우는 강소기업 정책
세계2위 벤처대국 中
리커창의 ‘대중창업 민중혁신’정부 주도 성장 끝났다 판단
창업투자 펀드 7조원 조성.. 스타트업 걸림돌부터 없애고 세제정책으로 밀어줘
4년만에 세계시장 휩쓴 중국, 조만간 미국도 밀어낼 기세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며 중소기업인들의 기대가 커졌다. 중소기업 중심 정책으로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 강한 중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사실 중소기업 육성은 전 세계적 흐름이다. 전통적으로 히든챔피언, 강소기업이 많은 독일과 일본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도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강한 중소기업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세계 무대에서 경제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강소기업 육성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일본과 최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의 정책을 살펴본다.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제조업에서 중소 벤처기업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2014년 경제성장 둔화가 본격화된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강력한 벤처 육성 정책을 펼친 것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청년들은 창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창업 열풍은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스타트업 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혁과 도약 2018 함께 뛰자, 대한민국] "정부가 돈 대줄테니 창업하라" 규제부터 쓸어버린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벤처 육성

지난 2014년 9월 중국 리커창 총리는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의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을 제창했다. 이어 2015년 1월 400억위안(약 7조원)의 국가신흥산업 창업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그해 3월 양회에서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행정규제와 축소.철폐 및 자금지원을 골자로 한 '대중창업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창업벤처에 목을 매는 것은 정부 주도의 양적 성장이 한계치에 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 이후에도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과 소극적인 정책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대형 국유기업에 초점을 맞춰 성장전략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상당 기간 중소기업정책은 정책 불모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양적 경제성장 이면에 부문.지역.계층 간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창업과 관련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커창 총리의 '대중창업 만중혁신' 제창 이후 중국 국무원은 '대중창업 만중혁신 장려정책조치에 관한 의견'(이하 정책의견)을 발표했다.

정책의견의 주요 내용은 창업.혁신을 저해하는 독점 및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규제 강화, 상사제도 개혁,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통해 창업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혁파하고 창업 유인 동기를 부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금융 측면의 지원 창업초기기업을 위한 상장제도 연구 및 전략성 신흥산업판 시장 개설, 은행의 창업지원방식 혁신, 창업관련 재정자금 지원 확대, 창업투자자금 공급 및 조달경로 확대 등도 발표했다.

세제지원을 위해 연구개발비 추가공제, 인큐베이터 우대혜택, 엔젤투자 등 창업초기기업 투자자 세제혜택, 창업초기기업 소득세 감면, 중관춘 자주혁신시범구 세제우대정책의 확대시행 등을 담았다.

광범위한 인력 유입 및 유인을 위해 기술인력 창업 장려, 스톡옵션, 해외 창업인력 유치, 대학생창업 장려, 창업교육 강화 등도 정책의견에 담았다.

■세계 2위 벤처대국 도약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벤처기업 육성책은 당장 실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스타트업 정보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 세계 IT기업 가운데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신생 기업) 지위를 얻은 기업은 41곳이다. 이 중 미국이 19곳으로 1위를 기록했고, 중국이 15곳으로 2위를 차지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2개에 그쳤지만 지난해 1.4분기 중국 유니콘 기업은 전 세계에서 3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분야도 기존의 알리바바나 바이두 같은 내수 중심의 기업에서 인공지능(AI), 핀테크, 교통, 인터넷보안, 헬스케어, 교육,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벤처기업 등이 부상하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 업체인 아이카본엑스(iCarbonX), 지능형 클라우드 로봇 오퍼레이터 개발사 클라우드마인즈(CloudMinds), 로봇업체 유비테크(Ubtech), 스마트워치 제조업체인 몹보이(Mobvoi)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 2009년부터 유지한 스타트업 대국의 자존심은 당분간 지키겠지만 앞으로는 그 지위를 중국에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며 "유니콘 기업이 2개에 불과한 한국이 중국의 벤처육성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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