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남북 대화 좋지만 조급증은 버려야

평창 참가 반길 일이지만 美 조야 냉소도 직시하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뒤 남북대화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 3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끊겼던 판문점 연락 채널이 23개월 만에 복원되면서다. 문재인정부는 평창을 넘어 전반적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며 고위급회담을 제안할 참이다. 북한선수단이 평창에 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이 몇 달 남지 않은 핵무장 완성을 앞두고 시간벌기 차원에서 남북대화의 장을 활용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북한 체제가 변화하도록 남북 간 교류는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부푼 기대와 달리 미국 조야의 반응이 냉소적이라 마음에 걸린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 "(김정은의) 신년사에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고 했다. 북한 전문가들도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김정은은 서울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와 대화 재개를 갈망한다는 걸 간파하고 썩은 올리브나무 가지를 내밀었다"고 했다. 제재를 피하려는 북한의 꼼수에 말려들었다는 시각인 셈이다.

이런 우려를 그저 기우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김정은의 신년사를 되짚어보자. 그는 미국을 겨냥한 핵 단추가 자신의 책상 위에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무장 국가'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한.미 공조의 균열을 노린 격이다. 정부가 북한의 호응으로 이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운전대를 잡았다고 오판해선 안 될 이유다. 물론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 무력도발을 자제한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혀 '몸값'을 올린 북한이 경제적 반대급부는 챙기면서 몰래 핵무장을 지속할 소지에도 유의해야 마땅하다.

뭐니뭐니 해도 북핵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다. 타조처럼 땅에 머리를 묻는다고 이 같은 본질이 변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곧 성사될 남북회담의 의제는 평창올림픽이나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사안으로 좁히는 게 옳다. 이를테면 북한선수단의 체류비용 분담 등에는 우리 측이 대국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섣불리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으로 의제를 확대했다가 국제적 북핵 제재망에 큰 구멍이 뚫릴 위험성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