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4차 산업혁명 승자의 조건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4 17:09

수정 2018.01.04 22:05

[특별기고] 4차 산업혁명 승자의 조건

미국 특허청 입구에 서면 특이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문구는 "특허제도는 재능이라는 불에 관심이라는 연료를 붓는 일이다(The patent system added the fuel of interests to the fire of genius)"라는 내용이다. 특허제도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표현한 문구다. 이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긴 유명한 문구다. 링컨은 대통령이기 전에 발명가이기도 하다.

그는 특허를 가장 최초로 획득한 대통령이다.
그는 40세 때인 1849년 미국 '특허 제6469호'로 특허를 받았다. 그의 특허는 화물을 실은 배가 얕은 곳에서 배 밑바닥이 강 바닥에 걸렸을 때 무사히 빠져나가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흥미로운 일이다.

이런 링컨 대통령의 특허에 대한 열정과 맞물려 미국은 건국 초기인 지난 1790년 특허권을 보장하는 '특허법'을 제정해 운영했다. 재능이란 불에 관심이란 기름을 발빠르게 부은 셈이다.

특허제도는 19세기 말 미국이 유럽을 추월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만든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미국이 특허제도를 통해 재능에 연료를 붓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초강대국이자 첨단 과학기술강국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특허권 보호에 나선 것은 미국보다 영국이 먼저다. 영국은 지난 1623년 해외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특허장'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해외 기술자들은 영국으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바로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이뤄졌다. 산업혁명은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즉 세계 초강대국이 되게 만들었다. 그만큼 특허는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을 보호, 활용, 육성하는 제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지식재산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승자의 조건으로 여겨질 정도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석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승자의 조건 4가지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강하고 유연한 지식재산 제도'였다.

지난 시대에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은 유형의 재산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기로 들어서면서 무형의 재산인 지식재산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세계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인 구글, 아마존, 텐센트, 알리바바 등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들은 공장이 없다. 눈에 보이는 제품도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세상이 소프트파워 중심으로 변했다. 세계 각국이 지식재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매년 창출되는 지식재산의 양이 세계 선두권이다. 그러나 양에 비해 질적 수준은 낮다. 지식재산 보호와 활용도 기대 이하다. 지식재산은 제값을 치르고 써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지식재산은 보호가 선행된 후 육성이 가능하다. 새 정부 들어 핫이슈로 부상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남의 기술을 재산으로 여기지 않은 채 슬쩍 도용해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데서 비롯된 일이다.


따져보면 경제성장기 추격형 산업정책을 펼쳐온 우리나라는 유사기술을 사용하려는 후발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약한 지식재산' 정책을 펴왔던 정부의 행보가 현 상황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 이제 지식재산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풍부한 인적자원이란 불에 '강한 지식재산 보호정책'이라는 연료를 붓는 일이 시급히 이뤄지길 바란다.

최진혁 경찰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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