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대통령 찾은 대우조선, 안도할 때 아니다

공적자금 십수조원 갚아야.. 궁극적으로 재매각이 해법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새해 첫 현장 방문차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9월 누적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대우조선은 홍역을 치렀다. 대규모 분식회계가 들통났고, 박근혜정부는 10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거제는 문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다. 대우조선의 부활 조짐에 문 대통령은 남다른 감회를 느꼈을 법하다. 문 대통령은 "전문가들은 2~3년 후부터 조선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1.4분기 중에 마련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허리띠를 풀 때가 아니다. 대우조선이 어떤 곳인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에 공적자금 수조원을 투입하면서 사실상 공기업이 됐다. 2000년대 중·후반 한창 조선경기가 좋을 때 어영부영하다 매각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다 금융위기가 터진 뒤 다시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정부는 두번에 걸쳐 10조원 넘는 돈을 또 지원했다. 2015년 가을 청와대 서별관 밀실회의에서 4조2000억원 지원 결정을 내렸다. 그래도 회사가 휘청대자 작년 봄 다시 6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공적자금 수혜자인 대우조선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명백하다. 더 열심히 일해서 돈부터 갚아야 한다. 더 이상 손 벌릴 염치가 없다. 정부는 국책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동원해 부실 대우조선을 살렸다. 그 통에 산은.수은의 재무건전성도 나빠졌다. 결국 모든 부담은 선량한 납세자가 짊어졌다. 국민연금도 피해자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연금은 작년 봄 대우조선 채무 자율조정안에 동의했다. 그에 따라 국민연금이 가진 대우조선 회사채 3887억원 가운데 절반은 출자전환됐고, 절반은 만기가 3년 연장됐다. 대우조선이 작년에 실적이 좀 좋아졌다고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란 얘기다.

궁극적으론 회사를 작고 단단하게 만들어 다시 매각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지난해 6조원을 추가 투입할 때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내년(2018년) 중 대우조선의 주인을 찾겠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대우조선을 '산은 산하 공기업'으로 끌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느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안 될 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 보고서(2015년)에서 국책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에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한계기업(좀비기업)을 양산했다고 분석했다. 한계기업이 많을수록 자원 배분을 왜곡한다. 행여 문 대통령의 대우조선 방문이 구조조정 지연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