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야당 대표에게 듣는 '이재용 탄원'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4 17:10

수정 2018.01.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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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야당 대표에게 듣는 '이재용 탄원'

"전 기자, 친한 경제신문 기자 좀 모아줘…답답해서 직접 설명 좀 하게."

2006년 중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홍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이른바 '반값아파트'에 대해 직접 설명하게 국회에 출입하는 경제신문 기자들과 자리를 만들어달라는 것. 그는 땅은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제' 법제화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자신이 내놓은 반값아파트를 놓고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일각의 시선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후 실제 경제신문 기자들과 자리가 만들어졌고, 반값아파트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환경노동위원장이, 그것도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두고 반값아파트 정책을 내놓은 탓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한발 더 나아가 당내 일부 의원은 '좌파정책'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추진력으로 반값아파트의 이슈화를 성공시켰고, 2006년 말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됐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환매조건부 주택' 분양방식을 추가하면서 2009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으로 입법화됐다.

하지만 건물만 분양받는다는 점 때문에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때마침 주택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이 법안은 지난 2016년 폐기됐다. 최근 집값이 이상 급등하는 현실을 보고 있으면 반값아파트가 제대로 안착됐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급등하는 집값에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율까지 하락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대(地代.땅의 사용료) 개혁'을 들고 나왔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12년 전 모습이 다시 떠오른 것은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신년 인터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언급하며 "검찰에서 공소장을 네 번 변경했다. 왜 그랬겠나. 죄가 안된다는 뜻"이라며 "내가 법조계에 있어봤고, 정치도 했지만 공소장을 네 번 변경한 사건을 듣도 보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 유수의 재벌 총수를 말 세 마리를 가지고, 그걸로 1년 가까이 구속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며 "이젠 풀어줄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계를 대변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의 '패싱'(passing.건너뛰기)을 당하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한없이 위축된 상태다.
이 때문에 재계 1위 기업 총수 구속에도 그 흔한 입장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 경총에서 나올 말을 야당 대표에게서 들을 줄 누가 알았을까. 홍 대표는 인터뷰에서 "기업가가 선망의 대상이 돼야지 증오의 대상이 되면 안된다"고도 말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하는 그의 인터뷰를 다시 꼼꼼히 읽어보게 된다.

전용기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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