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4차 산업혁명 시대, 상생 외치는 일본

일본의 손해보험회사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 화재보험은 올해부터 영업부문 직원이 다루는 사무업무 90%를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보험계약에 관련된 절차나 정보조회 등을 자동화해 기존 업무량을 20%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직원들은 영업지원 등의 업무로 재배치된다.

일본의 메가 뱅크들도 AI와 로봇을 도입한다. 인력과 점포를 감축하고 AI와 로봇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모습에서 생산인구절벽에 처한 일본의 현주소를 보게 된다. 물론 이건 금융업계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크게 회자된 4차 산업혁명은 어느새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다. 인력난으로 경쟁력 위기를 느낀 일본은 한국보다 한발 더 앞서가는 분위기다.

닛케이신문은 일본의 벤처캐피털(VC)들이 올해 주목해야 할 4차 산업혁명 키워드로 3A를 꼽는다고 전했다. AI, AR(증강현실), Autonomous Vehicle(자율운전자동차)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AI는 구글의 알파고 덕분에 이제 친숙해진 산업이다. 한국의 프로기사 이세돌과의 대결로 세기의 관심을 모았던 AI.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리스가 다큐멘터리 영화 알파고를 제작할 정도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AR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선두로 게임시장을 점령해 가고 있다. 앞으로 의료나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 나갈 것으로 예상돼 시장은 더욱 커질 일만 남았다.

자율운전 역시 지난해부터 화제를 모아온 분야로 미국처럼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나라나 독일과 같은 자동차 강국 등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세 분야 모두 당장 상용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뤄질 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VC들은 올해가 그 변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유기적 연대야말로 4차 산업혁명에서 일본이 뒤처지지 않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자동차 등 기존 산업을 견인해 온 대기업과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스타트업이 함께해야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을 견인해 온 것은 하드웨어 업체들이다. 도요타, 혼다, 소니, 파나소닉 모두 정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경제를 이끈 하드웨어 기업들이다. 이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산업의 기반이 되는 것은 모두 하드웨어 업체다. 이제는 우리도 소프트웨어 시대임을 직시하고 변해야만 하는 시기가 됐다.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점이 참 많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스타트업의 최우선 목표는 기업공개(IPO)다. 벤처 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다르다. 미국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에 사업을 매각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은 대기업에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IPO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선택지인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에는 IPO보다 인수합병(M&A)을 원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IPO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대기업들 역시 과도한 자기 부담주의를 떨어내야 한다. 스스로 개발하려는 독자 노선에서 벗어나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해 발전해 나가야 한다. 삼성이 성공시킨 삼성페이를 보자. 루프페이를 인수해 자신의 DNA를 심어 삼성페이라는 혁신을 만들었다.

일본의 경우 상위 10대 기업이 연구개발비로 사용하는 금액이 연간 5조엔에 달한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틀에서는 삼성페이와 같은 과감한 혁신이 나오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에 준비하는 자세는 다른 것이 아니다. 성숙된 M&A시장을 통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