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미래불안에 꽉닫은 지갑, 내수 울렸다

5년새 두배로 치솟은 저축률… 반갑잖은 까닭은?
소비 대신 저축 늘린 가계, 내수경기회복에 도움 안돼
저소득층엔 저축 장려하고, 고소득층 국내소비 촉진할 투트랙 대책 마련해야


가계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낮은 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이 가계에 머물고 있다.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착시효과도 있다. '강요된 저축'으로 소비는 더 위축되고 내수회복은 지연되는 등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가계 순저축률은 8.1%로 조사됐다.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던 2015년과 같은 수치다. 가계 순저축률은 지난 2012년(3.4%) 이후 2013년 4.9%, 2014년 6.9%, 2015년 8.1%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년 새 저축률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노후 등 미래소득 감소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저축률은 저축액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가계의 저축 선호현상이 이어지면서 이 기간 총 저축률도 34.6%에서 35.8%로 올라갔다. 1999년(35.9%)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총저축률은 가계.비영리단체 및 기업 등 민간과 정부가 일정기간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되지 않고 남는 부분을 의미한다.

총 저축액은 지난해 3.4분기(7~9월) 163조6400억원을 기록해 1년 전(146조2450억원)보다 17조원가량 상승했다. 이 기간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됐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예금 수익보다는 단순히 돈을 쓰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가계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착시효과도 크다. 예를 들어 과거 1000만원 소득 가운데 400만원을 저축하다 소득이 900만원으로 감소했을 경우 저축률은 40%에서 44%로 상승하게 된다. 실제 물가 수준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2015년 4.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선행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지난해 4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낙관적 경기를 예상하는 시각은 많아졌지만 실물경기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향후 금리상승기에 진입하며 이자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저축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며 "젊을 때 돈을 많이 받고 일찍 퇴직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에서 경기 사이클이 잠시 좋아진다고 해서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더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시안정화대책을 통해 경기회복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시적으로 저소득층에게는 저축을 장려하고, 고소득층에게는 국내 소비를 촉진하는 소득계층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을 더욱 늘려야 하는 저소득층이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10만원을 같이 저축하는 매칭펀드 도입 등 저축장려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소득층은 레저, 휴양, 자녀교육 등에 있어 해외소비보다 국내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