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한반도의 봄’을 기대하며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7 16:47

수정 2018.01.07 16:47

[특별기고] ‘한반도의 봄’을 기대하며

새해 첫날 북쪽에서 무척 다행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혔다. 강경한 대미(對美) 핵위협과 북핵이 평화를 지킨다는 모순적 태도는 여전했지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했다. 이후에도 10월 31일 민주평통 제18기 전체회의 개회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는 올림픽 성공 개최를 넘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핵문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으로써 한반도 평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안했고,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라며 판문점 연락채널을 재개했다. 리선권 북한 조평통 위원장은 남측과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포함한 관련 문제를 논의할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대화가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연락채널 재개와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접촉 지시,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공개적으로 처음 호칭한 점 등을 볼 때 남북 관계가 전에 없는 변화를 맞을 가능성도 보인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부는 느낌이 들지만 냉정하게 보면 한반도는 여전히 북핵위기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되고, 대미위협 발언이 거세지면서 미국 정가 일각에서는 군사옵션이나 해상봉쇄와 같은 말들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한이 또다시 핵 도발에 나선다면 한반도는 격랑(激浪)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지금도 미·북 간에 주고받는 거친 말과 불신의 응어리들이 무력충돌의 불씨가 될지 국민들은 가슴 졸이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말들이 오고갈 정도로 한반도는 깊은 어둠 속에 있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깊은 어둠의 시대는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이었다. 긴급조치가 연달아 발동되면서 한꺼번에 1200여명이 정보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 가운데 200여명이 구속돼 사형과 무기징역을 무더기로 선고 받았다. 인혁당 사건 관계자 8명은 끝내 조작된 죄목으로 사형을 당했다. 필자도 당시 긴급조치 위반으로 두 차례 구속됐다. 칠흑 같은 독재의 어둠이 한반도를 휘감았다.

이 와중에도 국내 민주인사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국이 반드시 민주화되고, 아테네의 봄과 프라하의 봄이 한반도에도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 상영되는 영화 '1987'처럼 유신 시절 이후에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함께 노력했기에 지금은 세계가 경탄하는 선진민주주의를 실현했다.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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