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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쇄빙 LNG 운반선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7 16:48

수정 2018.01.07 16:48

'1년 내내 해면이 얼어붙지 않는 항구를 찾아라.' 각종 자원을 실어나르기 위해 부동항 확보는 러시아의 오랜 비원이었다. 고위도 국가인 러시아가 제정시대 이래 남하 정책을 추진해온 핵심적 사유다.

'현대판 차르' 격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부동항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건가. 한국으로의 석탄.가스 수출에 관심 많은 러시아가 부동항인 북한 나진항에 눈독을 들였으니…. 박근혜정부 시절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놓고 남.북.러 간 '밀당'이 진행된 배경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가스전 통과는 체제유지에 부담이 된다고 본 북한도 나진항을 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쪽을 선택하려는 듯싶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격변과 함께 러시아 정부의 생각도 바뀌는 모양이다. 현재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70%는 가스관(PNG)을 통해 공급되며 30% 정도만이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거래된다.
하지만 2016년부터 판도는 바뀌고 있다. 이른바 '셰일혁명'에 성공한 미국이 LNG 수출을 본격화하면서다. 푸틴 대통령도 PNG보다 LNG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당연히 나진항의 가치도 떨어졌다.

그 대안 중의 하나가 북극 야말 LNG 프로젝트다. 북극에서 생산된 LNG를 얼음을 깨는 쇄빙선으로 일본과 한국으로 실어 나르려는 구상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찾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바로 쇄빙 LNG 운반선 건조 현장이다. 이 '야말 수송선'들은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영하 52도에서도 가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이 명명식에 참석했던 '야말 1호선'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 상업운항에 성공했다.

세계 조선시장이 수년째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쇄빙 LNG 운반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건 우리 조선업계로선 반길 일이다. 그러나 북극 야말 LNG 프로젝트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연계에 비해 물류비용은 클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가 '신북방 정책'의 큰 그림을 완성하려면 북한이 파이프라인 통과를 허용하도록 설득해내는 게 관건이란 생각도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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