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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광물자원공사 특수채 위기로 본 국가 살림운영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8 15:40

수정 2018.01.08 15:40

[기자수첩] 광물자원공사 특수채 위기로 본 국가 살림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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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물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이다. 자본잠식 상태인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초우량등급 AAA다. 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기 위한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대한 추가 지원안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초우량 신용도를 가진 광물자원공사의 파산 가능성이 대두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추가지원안 부결안이 나오자 보도자료를 통해 “광물자원공사의 신용등급은 AAA를 유지한다"며 “회사채(특수채) 신용등급을 강등할만한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평사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공사가 망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정부가 연기금, 기관들이 가져간 특수채 원금을 대신 갚아줄 수 있어 회사채 신용도가 유지된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특수채 원금을 보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신용 보증한 특수채 발행 급증으로 부채비율이 악화한 것은 비단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한석탄공사도 자본잠식 상태다.

특수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자비용도 상당하다. 가령 수자원공사는 2007년말 5000억원대였던 특수채 발행잔액이 4대강사업, 경인아라뱃길 사업 등으로 10조원을 넘어섰고 한해 이자비용만 4000억~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특수채 발행은 수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신용도 AAA를 부여받은 특수채 발행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234조원을 넘어선다. 2008년 1월 113조원대 수준이었던 특수채 잔액은 2년 5개월만인 2010년 6월 200조원을 돌파했다. 2012년에는 3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5년 만에 3배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억원' 단위가 아닌 ‘수백조원’ 단위로 말이다. 국가의 살림살이가 대중없이 운영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늘어나는 특수채에 대해 정부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금투업계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KDI에 지난해 5월 맡긴 연구 용역안에 특수채 발행 제도개선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KDI는 각 금융투자업계 실무진들은 차례로 만나 특수채 발행 제도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KDI와 면담을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공공기관들이 무분별하게 발행하는 특수채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커지는 상황인거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KDI,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특수채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는 하는데, 기획재정부는 특수채와 관련한 제도개선 검토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부적으로 고민만 하다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의 살림살이를 투명하고, 내실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칼을 뽑아들 주체’가 없다.
어느 때보다 공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특수채 발행’ 에 대해 적극적인 제도개선 고민과 감시의 눈이 필요할 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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