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코스닥 광풍이 몰고온 신조어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8 17:06

수정 2018.01.08 17:07

[차장칼럼] 코스닥 광풍이 몰고온 신조어

요즘 '개미'(개인투자자)들 사이에 '존버' '떡락' '떡상'이라는 신조어들이 유행처럼 쓰인다. 비속어가 합쳐진 단어의 줄임말이라 그대로 지면에 쓸 순 없지만 뜻을 풀자면 '결사적으로 버티기' '급락' '급등'쯤으로 읽으면 된다.

이 용어들은 원래 코인(가상통화) 투자자 사이에서 쓰이던 말이다. 하루에도 몇십퍼센트씩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급등이나 급락 같은 평범한 말로는 표현이 부족해 저런 신조어가 나온 것이다. '존버'도 같은 맥락이다. 가격이 등락폭이 너무 크다 보니 벌 때는 왕창 벌지만 손해를 볼 때는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개미들로서는 버티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한번 내린 가격이 언제 급등해 대박이 날지 모르니 무조건 버티자는 의미로 '존버'를 사용한다.

요즘에 이 단어가 주식투자자 사이에서도 널리 퍼진 것은 지난해부터 불어온 코스닥 광풍 때문이다. 신라젠이나 티슈진 같은 종목들은 무섭게 오르다, 내릴 때는 무섭게 내린다. 비트코인만큼은 아니지만 증시 기준으로 볼 때 '떡락' '떡상'이라고 부를 만한 움직임이다.

국내 굴지의 대형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증권정보 서비스 안에는 종목별로 개인투자자들이 왁자하게 모여 주식 얘기를 나눌수 있는 게시판이 제공된다.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바이오나 가상통화 관련주 게시판에 가보면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존버를 외치는 투자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령 이런 글이다. '떡상 올 때까지 존버하면서 가즈아.' 급상승이 올 때까지 버티면서 기다리자쯤으로 풀이하면 된다. 코스닥이 800을 찍자 많은 투자자들이 일제히 코스닥에 몰렸다. 문제는 항상 뒤늦게 막차를 타서 막상 큰 재미를 못보는 사람이 속출한다는 점이다. 앞서 벌고 나간 투자자들에 대한 부러움에,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뒤섞이다 보니 오늘도 시세판을 바라보며 급등을 기다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투자열기가 뜨거울 때는 '열풍'이라고 하지만 그 도를 넘어가면 '광풍'이라고 한다. 정상적 관점에서 보자면 주식시장에서는 '떡상'이나 '떡락' 같은 널뛰기 장세가 연출돼서도 안 되고,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는 것도 권할 만한 투자법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말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통용된다는 것은 코스닥이 아직 덜 성숙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코스닥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제일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아무래도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부분이다. 코스닥이 저평가받는 것은 주가가 잘 안 오르고, 올랐다가도 금방 내리고, 얼마나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덩치 큰 기관들이 들어오면 코스피만큼은 아니더라도 코스닥도 충분히 신뢰성 있는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조만간 정부가 그간 논의해 왔던 코스닥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디 투자자들이 떡락에 울고 존버하는 일 없는 시장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안승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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