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위기의 건설업 최악의 '3각 파고' 넘어라] 발주없는 중동·원화강세..자칫 '수주 절벽'올수도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08 17:41

수정 2018.01.08 17:41

(上) 해외수주 올해도 반토막?
국제 유가 약세에 중동 수주 3년째 반토막
기대했던 이란도 내분상태
해외 라이벌 유럽업체는 유로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
국내 건설업계가 2018년 새해를 맞았지만 국내외 어두운 현실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은 지역별 양극화가 시작되면서 신규 분양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게다가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크게 줄어 공공수주 물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영환경이 어느 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쳐 위기의 국내 건설산업을 진단해 본다.

[위기의 건설업 최악의 '3각 파고' 넘어라] 발주없는 중동·원화강세..자칫 '수주 절벽'올수도


"예전 같으면 연초에 그해 해외수주 전망치를 제시할 수 있었고, 또 연말이면 실적이 전망치에 근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망치를 대략적으로도 제시할 수 없어요. 워낙 변수가 많아서 올해 실적이 얼마가 될 것인지 말을 못하겠습니다.
" 해외건설협회 한 임원은 올해 해외건설시장 전망에 대해 묻자 먼저 이 말부터 꺼냈다. 유가, 환율, 중동분쟁, 국제금리 등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가 흐름이 가장 중요하지만 중동의 정세불안이 어떻게 흘러갈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어느 수준까지 내릴지가 올 해외수주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화약고 중동, 다시 불붙을까

8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올 해외건설 수주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중동시장 불안'을 꼽고 있다. 중동시장은 우리나라가 가장 강점을 보이는 지역인 데다 전체 수주량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곳이다. 우리나라 건설업계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중동에서만 해마다 300억달러 안팎의 수주실적을 기록했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 2010년에는 중동에서만 무려 472억달러의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2015년 부터는 165억달러로 반토막을 떨어지더니 2016년 106억달러, 2017년에도 145억달러에 그쳤다.

올해 상황은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최대 텃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에서 발주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으로부터 경제봉쇄조치가 풀리며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이란이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더구나 이란 내부에서는 반정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외에도 중동지역은 카타르 단교로 인한 국가 간 분쟁, 이라크·쿠르드 간 충돌 확산 등 각종 변수가 수두룩하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건설 수주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유가였지만 지금은 중동의 정세불안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동시장만 안정되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로 인해 발주가 다시 시작될 수 있지만 분쟁과 내분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원.달러 1050선 무너지면…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 상황도 근심을 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불과 두달여전만 해도 1100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1063원(5일 기준)까지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이 수준에서 더 떨어지면 사실상 수주도 힘들고, 수주를 해 사업을 하더라도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1100원이 깨지면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현재 추세로 보면 1000원이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어 보여 걱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에 일감을 모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유럽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이들 업체가 최근 유로화 약세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 자칫 수주절벽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미 토목, 건축 등 단순시공은 중국업체들의 무차별적 저가공세에 밀려 사실상 시장을 포기하고 초고층 특수건축이나 초장대교량 등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들 시장에서도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금리인상도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금융분야에서 가장 열악한데 국제 조달금리가 오르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체의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자금조달을 통한 개발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국제 조달금리가 오르면 아시아 지역에서도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유가 회복세 그나마 다행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제유가가 지난해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에 가장 민감한 곳은 역시 중동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살아나면서 최근 5000억달러를 투입해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대규모 주거 업무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업체가 2013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2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주실적을 기록하던 대표적 수주 텃밭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저유가를 이기지 못하고 발주를 미루면서 국내업체의 연간 수주액이 2014년 29억달러, 2015년 35억달러, 2016년 41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11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왕세자 모하메드 살만이 중동국의 유가시장을 이끌며 고유가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어 발주도 크게 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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