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최저임금 역풍, 시장의 경고 되새겨야

文대통령 10일 신년회견 속도조절 정책 수정 기대

억지로 올린 최저임금이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 일자리가 줄고 물가가 꿈틀댈 조짐을 보인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정부는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 오름세에 제동을 걸 태세다. 이는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자칫 최저임금 부작용을 치유하기는커녕 제2, 제3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은 최저임금 하나로 그쳐야 한다.

부작용은 삼척동자도 예상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올랐다.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1.9%)보다 아홉배 가까이 높다. 성장률(3.2%)과 비교해도 다섯배다. 그 격차를 메우려 정부는 고용안정기금 3조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30인 미만 사업장, 그중에서도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만 약간의 혜택이 돌아간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시급 1만원을 공약했다. 올해(7530원)보다 2470원, 약 33%를 더 올려야 한다. 고용주로선 달리 선택할 카드가 없다. 일자리를 줄이든가 가격을 올리든가 둘 중 하나다. 둘 다 못하면 폐업이다. 이미 햄버거 값은 많이 올랐고, 치킨업계도 눈치만 보고 있다. 이때 정부가 또 끼어들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당장은 시장이 알아듣는 척하겠지만 상처는 더 곪는다. 그 상처는 언젠가 터지게 돼 있다.

문재인정부는 10년 전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며 만든 기간제법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비정규직을 2년 쓰면 정규직으로 바꾸도록 했다. 하지만 시장은 얄밉도록 법망을 피해갔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펴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기간제법이 지난 10년간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여야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정책은 1년 해보고 속도조절을 할지, 더 가야 할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시장 반응을 그냥 지켜보는 게 낫다. 그래야 시장 원칙에 충실한 올바른 대응책을 짤 수 있다.

최저임금은 소득주도 성장론의 시험대다. 시행한 지 채 열흘도 안 됐다. 따라서 지금 성패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적어도 2월 초에 나올 물가통계(1월), 2월 중순에 나올 고용통계(1월)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다만 공식 통계상으로도 일자리 감소와 물가 오름세가 확인되면 시급 1만원 공약은 과감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
공약에 집착하다 영세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을 둘 다 힘들게 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시장경제 원칙에 맞는 새로운 최저임금 정책 방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