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노사정 대화로 희망의 꽃 피우길

지령 5000호 이벤트
우리 사회에서 노사관계는 오랫동안 불만과 지탄의 대상이었다. 노사관계 경쟁력이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라는 해외 기관의 수치스러운 평가는 무시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노사관계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고용안정과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또한 노사관계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부득이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경영계의 하소연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2018년 무술년에는 다양한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노동 관련 쟁점이 많다. 새해에는 사회적 대화 정상화,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노동이사제 도입 등 하나같이 노사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소지가 큰 제도가 시행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갈 것으로 예정돼 있다.

이러한 쟁점을 노사관계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며 성급하게 대응하면 올해가 2004~2005년의 데자뷔가 될 우려가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직후 노동계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했고, 노동계의 존경을 받는 분을 노사정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리고 2004년 5월 당시 정부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운영했다. 그러나 이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2005년까지 수많은 대형 노사분규를 겪었다.

2018년 정부는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 복귀에 긍정적이며, 이를 위한 준비단계로 2004년과 유사한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운영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복귀의 5대 선결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노동조합법 개정, ILO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 등 쉽지 않은 과제가 포함돼 있다. 만약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출범해 이들 과제를 사회적 대화 정상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다룬다면 지난 2004년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민주노총도 복귀 전 요구조건의 선결을 주장하기보다 선 복귀 후 이들 과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새 집행부가 탈퇴 20년 만에 조건 없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한다면 노사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새해 희망이라는 큰 선물을 제공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지난해보다 16.4% 오른 최저임금의 시행도 고용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금년도 최저임금을 연착륙시키고 내년 이후에도 인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의 정상화와 별도로 최저임금 관련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물론 최저임금 인상 부담의 사회적 분담 방안 등을 협의하고 타협해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다. 이 타협에 성공한다면 근로시간 단축 등 나머지 쟁점의 합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이 타협의 긍정적 에너지는 새해 우리 사회에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그리하여 노사관계 때문에 희망이 없다던 그간의 비난으로부터 벗어나 노사관계 때문에 우리 경제와 사회가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새해 우리 노사관계에 거는 바람이자 기대이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