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전 120년, 전기를 다시 생각한다

올해는 무술년이다. 역사적으로 무술년에는 발해 건국(698)과 임진왜란 종결(1598)이라는 한민족의 큰 사건이 있었다. 조금 더 가깝게 올라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전력회사인 한국전력공사의 시작인 한성전기가 설립된 해도 바로 무술년이다. 고종 황제가 사재를 털어 1898년에 심은 작은 씨앗이 지금의 한국전력으로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구한말 외세의 위협 속에서 전력공급과 함께 조금씩 시작됐다. 실제로 한성전기가 설립된 지 1년 만에 서대문과 홍릉을 오가는 전차가 운행됐다. 광복 이후에도 전기는 산업화의 견인차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정부는 전원개발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해 발전설비 용량을 지속 확대하여 전기를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안정적으로 공급된 고품질.고효율의 전기는 제철, 조선, 화학, 자동차와 같은 중공업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만약 우리나라의 발전량이 부족해 정전이 자주 일어났다면,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성장이 가능했을까.

또 배전망이 갖춰지지 않아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는 전기를 공급하지 못한다거나, 손실률이 두 자리 수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의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취약한 전력산업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마련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최상위 수준이다.

실제로 세계은행이 기업환경을 평가할 때 '전기공급'을 필수 항목으로 넣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소요 절차와 시간 면에서 2016년까지 3년 연속 세계 1위에 기록되기도 했다.

어느 명리학자에 따르면 '무(戊)'가 들어가는 해에는 한반도 국운이 상승했다고 한다.
서울올림픽이 1988년 무진년(戊辰年)에 열렸고, 평창동계올림픽도 올해 때마침 열리니 솔깃하게 들린다. 육십갑자를 두 번 돌아 무술년 새해가 다시 밝았다.

창립 120주년을 맞은 한전이 세계 무대에서 '4차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새 트렌드를 이끌어가며 다시한번 국운이 도약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권기보 한국전력공사 영업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