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학원 등록하면 외국항공사 면접 볼 수 있다" 했지만...채용 자체가 없었다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0 10:26

수정 2018.01.10 19:38

주 모로코 대한민국대사관이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모로코항공 채용 문의에 대해 "모로코항공은 외국인 항공기 승무원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주 모로코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갈무리
주 모로코 대한민국대사관이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모로코항공 채용 문의에 대해 "모로코항공은 외국인 항공기 승무원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주 모로코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갈무리

취업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허위로 의심되는 채용공고가 기승을 부리면서 취업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승무원학원이라 소개한 한 업체가 "모로코항공(모로코 국적기 항공사)이 한국인 승무원을 모집한다. 면접기회를 가지려면 우리 학원에 등록해야 한다"며 수강생 70명을 모집했으나 당국 확인 결과, 해당 외항사의 한국인 채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모로코항공 한국인 승무원 채용에 대해 문의를 받았던 주모로코 대한민국 대사관은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모로코항공은 회사 정책상 외국인을 항공기 객실 승무원으로 채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가 발표한 '모로코 항공 한국인 승무원 채용 공고'는 당초부터 존재할 수도 없었던 셈이다.

■대사관까지 나서 "승무원 채용 없다"
이 업체는 주르완다 한국대사관과 르완다항공이 최근 '사기 채용공고를 냈다'고 지목한 곳이다. 이 업체는 지난 9월 "르완다항공이 우리 학원을 통해 한국인 승무원 100명을 채용한다"며 수강생을 모집해 수업비, 채용 대행비 등을 받았지만 해당 채용공고는 허위였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르완다항공과 모로코항공 채용공고 때문에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최소 150명에 달한다.

피해자 A씨(26·여)도 그 중 하나다. A씨는 모로코항공에 취업하기 위해 이 업체에 등록해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A씨는 해당 업체가 진행하던 르완다항공 채용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들었다. '설마 모로코항공 채용은 맞겠지'하는 마음에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두절이었다.

A씨가 최종합격을 위해 준비해온 시간은 약 3개월, 소요한 돈은 220만원이다. 면접기회를 얻기 위해 업체에 수강등록하고 낸 수강료만 150만원, 최종합격 후 비자비·대행비·신체검사비 등을 합쳐 70만원을 추가로 냈다고 전했다. A씨는 "대표가 채용 과정 진행 중에 '모로코항공에 직접 채용에 대해 문의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긴 서약서를 쓰게 했던 것이 뒤늦게 떠올랐다"며 "합격소식에 축하해주던 부모님도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이 모로코항공 채용은 사실상 없다고 확인했지만 이 업체 대표 K씨는 여전히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피해자 B씨가 제보한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대표 K씨는 모로코항공 채용 최종합격자들에게 "모로코행 티켓 발권을 최대한 서두르겠다"며 "아랍에미레이트항공과 모로코항공을 이용해 모로코로 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표 K씨는 학생들에게 "사기 채용이 아니니 믿어 달라"며 사기 의혹을 부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강비와 대행비 등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은 서울 수서경찰서를 포함해 서울, 대구, 경남지역 경찰서에 외항사 승무원 채용 사기라며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경찰은 "업체 주소지 등을 명확히 확인, 관할서를 조율할 계획"이라며 "수일 내 관할서가 정해지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씨는 국내 한 지방사립대에도 자신을 승무원학원 대표로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K씨가 국제미용경연대회를 개최하는 해당 사립대에 "외국인 참가자를 데려올테니 홍보를 위한 비용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해당 대학 관계자는 "회사 실체가 없는 것 같아 요구하는 비용을 주지 않았다"면서도 "실제로 외국인 트레이너와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에는 함께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K씨가 외국인 참가자를 데려오지 않아 대학 측은 후원자 명단에서 해당 업체를 제외했다고 전했다.

■전국 경찰서 고소장 쇄도
본지는 모로코항공 채용건과 대학 미용경연대회 후원과 관련해 해명을 듣기 위해 업체 대표와 이사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외항사 채용이 불안정한만큼 정부가 중간에서 감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 C씨(26·여)는 "현재 많은 외국항공사가 한국인 승무원을 채용할 때 국내 승무원학원에 채용을 위탁해 문제가 많다"며 "국가의 해외취업 장려 사업에 외항사도 포함시켜 외항사 취업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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