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일자리정부라면서 왜 기업을 외면하나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보다 시장에 맡기는 게 더 현실적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일자리를 재차 강조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앞으로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봄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세웠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부라고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15~29세)은 9.9%로 역대 최고로 높았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7%나 된다. 일자리정부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두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정부가 일자리의 양과 질을 혼동한다. 일자리라 하면 누구나 질보다 양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췄다. 최저임금을 16% 넘게 올린 게 대표적이다. 그 여파로 고용시장이 몸살을 앓는다. 아파트 경비원들과 편의점 알바생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한다. 최저임금 올려봤자 일자리를 잃으면 무슨 소용인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정책도 일자리 양의 측면에선 마이너스다. 신규채용 문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외면한다는 점이다. 대신 정부는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채용을 수십만명 늘리기로 했다. 공무원은 예산을 쓰는 자리다. 기업 일자리는 세금을 내는 자리다. 어느 쪽 일자리를 먼저 늘려야 할지는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재벌개혁을 언급했다. 하지만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규제프리존법도 빠졌다. 노동시장 개혁도 말하지 않았다. 이래선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파격 인하를 일자리 정책이라고 말했다. 나라 안팎에서 더 많은 기업이 올수록 일자리가 늘기 때문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다부지게 추진하고 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노동의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좌파 출신이지만 기업을 포용하는 현실적인 정책으로 경제를 일으켰다. 2000년대 초반 독일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자' 독일의 체질을 싹 바꿨다.

기업과 함께하지 않는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예산 쓰는 건 곧 바닥을 드러낸다. 결국 기업이 투자하고 혁신하는 데서 일자리가 나온다. 대신 정부는 기업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기만 하면 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고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는 시장이 만든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전자쇼(CES)를 보라. 중국 혁신기업들이 휩쓸고 있다. 왜 우리는 사회주의 중국만큼도 못한가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