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대화만 추구 않겠다" 對北 제재 유지.. 미국과 보조 맞춘다

지령 5000호 이벤트

신중한 대북접근법 제시
남북 대화국면 물꼬 텄지만 북핵문제 해결 안된 이상 대화 자체가 목적 될수없어
"대북제재 완화할 생각없다" 美.中 등 국제사회와 공조
‘쉽게 당근 내주지 않겠다’워싱턴 향한 확실한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손에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든 기자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 기자는 결국 질문권을 얻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사 및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최근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정책 단계적 접근

현 시점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과감한 행보'보다는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 공조를 취해가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가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 중 주목되는 부분은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 아니다"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우선 만나서 대화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참여정부 출신 대화파와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에 100% 동조해야 한다고 보는 북미라인 사이에서 청와대가 균형을 잡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청와대 내부에선 북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2년2개월 만에 모처럼 남북대화 재개로 한반도 운전석에 앉게 됐지만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으며 북한의 의도를 철저히 분석해가며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북한이 구사하고 있는 대남 접근법이 '통미봉남'이든 '통남통미'이든 또다시 도발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제재와 압박 기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대북 메시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와 달리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5.24조치 해제 문제에 대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없다"며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므로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 보조를 함께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변화된 모습이다. 북한에 섣불리 당근을 쥐여줄 생각도 없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가며 남북경협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대미 메시지이기도 하다. 최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대화에 대한 워싱턴 일각의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성사되는 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미는 대북정책,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도발 대응에서 이견 없이 빈틈없이 협력해 왔다"고 역설했다. 이는 미국 조야의 보수성향 정치인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통남봉미', 한.미 간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국내 보수진영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안보시계, 평창구상에 집중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함께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 사실상 전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집중된 남북 간 대화가 향후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언급했다.

전날 남북 고위급대화가 일회성 대화에 머물지 않도록 북한과 지속적으로 대화채널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면서 "가능하면 고위급 대표단이 파견돼 어제와 같은 대화의 장이 올림픽 기간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평창에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된다면 이를 공고한 제도로 정착시켜 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 기조는 남북대화와 북핵 해결이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상호 선순환 접근법을 통해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