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양극화 부추기는 최저임금 정책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1 16:50

수정 2018.04.03 16:29

[기자수첩] 양극화 부추기는 최저임금 정책

#.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는데도 최근 편의점을 하나 더 냈다. 서울 지하철역 입구에 자리잡은 새 편의점은 입지가 좋아 매출도 상대적으로 높다. A씨가 '최저임금 리스크'를 안고도 편의점을 새로 낸 것은 최저임금발 운영난으로 편의점들이 문을 닫으면 상대적으로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A씨가 새로 낸 편의점 바로 건너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그동안 운영해 온 편의점 3곳 중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1곳을 남겨놓고 아르바이트 위주로 운영하던 2곳을 정리했다.

앞의 두 사례는 16.4%라는 기록적인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극단의 양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편의점은 자영업을 대표하는 업종으로 여겨져왔다. 치킨집이나 외식 등 같은 프랜차이즈 업종에 비해 창업비용이 적은 데다 운영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정년퇴직자 등이 너나없이 뛰어들었다. 이런 인기 속에 편의점이 전국에 3만9000여개, 두 골목에 하나꼴로 생겼다. .그런데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편의점업계 상위 3개 업체의 순증 가맹점 수는 83개로 2017년 들어 가장 적은 규모를 보였다. 전 달의 217개에 비해 3분의 1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발표 직전인 지난해 6월엔 468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편의점 순증 규모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최저임금 정책이 자영업의 위축 또는 재편을 재촉하는 셈이다..앞의 사례처럼 위기 속에서도 편의점을 늘리는 극히 일부 자영업자에게는 최저임금 정책이 기회를 가져다줄지 모른다. 문제는 최저임금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밀려나는 자영업자다. 더구나 본사와 정부의 지원책마저 비현실적이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본사의 상생안에 대해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한 달에 13만원 지원해주는 전기요금 정도가 그나마 와닿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월급 190만원 이하 근로자에 대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액(13만원)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사용자 부담금(약 14만4700원)에도 못 미친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자영업자 중 대다수가 은퇴 후 퇴직금 등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경우다. 이들이 밀려나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고 이들은 다시 빈곤의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최저임금 정책이 되레 양극화를 부추기는 격이다.

오은선 생활경제부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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