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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孟母) 울리는 강남 '갭투자'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4 14:36

수정 2018.01.14 14:36

외고·자사고 폐지에 따라 강남 8학군 인기 ↑…"전세 안 나가는데 전셋가는 상승"
'강남 8학군'을 앞에 두고 맹모(孟母)들이 울고 있다.

정부가 외국어고, 자립형 사립고 등 '특수목적고' 폐지에 나서면서 서울고, 경기고, 반포고 등 이른바 '강남 8학군' 고등학교들이 재부각되고 있지만, 집을 사는 것은 커녕 전세 구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전세 품귀현상과 전셋가 상승으로 기존 강남·서초 세입자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비강남 지역은 자사고로 인해 수준이 높아졌는데 이들 자사고 폐지로 강남 외 지역은 하향평준화가 되고 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며 "제도상 강남 이외 지역의 학교를 살리는 정책이 없다보니 더욱 강남이 부각되고 강남 8학군 진입에 목을 매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강남 8학군 진입을 위해선 약 7억원이 필요하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의 단국사대부속 고등학교 인근 H공인중개사는 "단대부고 주변 대치삼성래미안 82.64㎡(25평) 아파트의 전셋가는 약 7억~8억원 사이"라며 "다만 단대부고 진학은 분명히 타 지역에 비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고등학교 지원 및 배정방법을 보면, 해당 지역 거주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일반고등학교의 경우 총 3단계로 지원을 하는데, 1단계의 경우 서울시 전체 고등학교 중에서 서로 다른 2개교 선택·지원한다. 예컨데 강북구에 살고 있어도 강남·서초학군이 서울고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1단계의 배정비율은 20%에 불과한데다 서울 전지역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 문제는 2단계다. 2단계에선 '거주지'를 본다. 거주지 일반학교군 소속 고등학교 중에서 서로 다른 2개교 선택·지원해야 해서 강남·서초구민만이 지원할 수 있다. 배정비율은 1단계의 두 배인 40%다.

결국 강남·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느냐가 강남 8학군 진입 성패를 가르는 셈이다. 대치삼성래미안 82.64㎡ 아파트 매매가는 12억원, 전셋가는 7억원으로 이것이 8학군 진입의 최소 조건이다. 맹모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다. 물론 전월세는 매물이 넉넉하지만 매월 부담해야 하는 월세가 1억원 당 40만~45만원 가량이다.

전세 7억원하는 아파트를 5억원에 전월세로 구하면 매월 80만~90만원 가량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다. 강남·서초지역 전세 품귀현상은 이미 이 지역에 전세 세입자로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부담이다. 이모(38)씨는 "인터넷 '맘까페'엔 전세 안 나간다는 글이 많은데, 전세가는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남·서초구의 전세 거래건수는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에선 지난 2016년 총 1만7559건(월 평균 1463건)의 전세 거래가 체결됐지만, 작년엔 총 1만6820건(1401건)으로 약 4.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도 1만1212건(934건)에서 1만1151건(929건)으로 0.54% 줄었다.

이에 대해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82.64㎡ 기준 1억원 월세 40~45만원을 올릴 수 있다. 누가 전세를 내놓으려고 하겠냐"며 "금리가 낮아 전세를 내놓아도 돈이 되지 않으니 전월세나 월세로 전환한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강남·서초 전셋가는 각각 4.36%, 2.99%씩 올랐다.

이 지역 세입자들 사이에선 기존 '갭투자' 여파가 전셋가에 작용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연모(37)씨는 "세입자는 오른 전셋가에 대한 부담이 있고, 집주인은 높은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산 탓에 전셋가를 내리지 못하니 거래가 감소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갭투자 수요가 강남 전셋가를 잡고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강남, 서초 집값이 너무 오르다보니 매매가 대비 전셋가 비율은 49.5%, 54.5%로 서울 평균(63.9%)에 비해선 낮은 편"이라며 "갭투자에 용이한 환경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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