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혼란]

가상화폐 계좌 막자니 투자자 불만 빗발…은행들도 혼란

정부 실명확인 계좌 추진..은행들은 내달이후 가능
기존 계좌 입금만 막아놔 카드사는 거래 중지키로..해외 거래소 결제승인 막아

가상화폐 규제를 두고 정부 부처마다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면서 금융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혼란은 더하다. 정부가 올해부터 가상화폐 실명확인 계좌를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지난 연말부터 시스템을 구축해왔지만 시행은 빨라야 내달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빗썸, 코빗, 이야랩스 등 3개 거래소에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정리방안 마련을 통보했다고 알려지자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신한銀 "실명확인 계좌도입 철회 아닌 연기"

12일 신한은행은 가상화폐 실명확인 계좌 도입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를 접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특별대책을 내놓고 가상화폐 계좌 신규발급을 중단하고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는 거래자의 실명계좌와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동일은행 계좌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것으로 거래자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도입 시기를 연기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현재 신한은행은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도입을 넘어 자금세탁방지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기를 늦추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에 사용되는 기존 가상계좌에 대해서는 오는 15일부터 입금을 금지한다. 하지만 기존 가상화폐 계좌에서 개인계좌로 출금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입금을 금지하는 것은 다른 은행들도 하고 있다"면서 "신규입금이 줄면서 거래가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계좌 자체를 막아버리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내부전산 시스템 교체 작업으로 가상화폐 실명확인 계좌 도입은 향후에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 계좌에서 가장 많은 잔고를 보유한 농협은행(지난달 12일 기준 7865억원)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신규발급 중지만 확정했다. 실명확인 계좌 도입 철회나 기존 가상계좌 정리 등은 검토 중이라는 게 농협은행의 입장이다. 농협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잔고를 보유한 기업은행(4920억원)은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카드사 가상화폐 거래 중지…투자자 설곳 좁아져

카드사들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카드로 가상화폐를 살 수 없도록 거래를 중지하기로 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는 국내 카드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살 수 없도록 신용·체크카드 거래를 중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신규계좌를 열어주지 않고 있으며 실명확인 계좌도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 거래소는 신용카드로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다. 비자나 마스터 등 국제결제 카드만 있으면 국내카드로도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할 수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지난해 일부 카드사들이 카드로 가상화폐를 살 수 있도록 했지만 정부가 '카드깡'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 지난해 9월 관련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어 해외 거래소에서 카드 결제를 막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카드사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또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특정되는 가맹점은 결제승인을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 발맞춰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결제를 막아가고 있다"며 "해외 거래소가 가맹점으로 등록되면 거래를 진행할 수 없도록 계속해서 막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해준 6개 은행을 긴급 소집, 실명확인시스템 개발 현황을 보고받았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6개 은행의 의견을 듣고 가상화폐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담기로 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