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단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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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칙 잃고 우왕좌왕..시장 존중하는 美 배우길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이 우왕좌왕한다. 장관 말이 다르고, 청와대 말이 다르다. 시장은 덩달아 춤을 춘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로 몰려간 투자자들은 법무장관과 금융감독원장 해임을 요구했다. 정부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1차 대책을 내놨다. 투기 등 부작용을 바로잡되 블록체인 등 기술혁신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을 편다는 원칙을 세웠다. 시장도 '좋은 규제'를 환영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 내 기류는 강경대응 쪽으로 흘렀다. 12월 하순엔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때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이야기도 나왔다.

이 정도 했으면 시장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는 게 옳았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가볍게 처신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7일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내기'란 용어에 분노했다. 지난 11일엔 박상기 법무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거래소 폐쇄는 이미 드러난 카드다. 하지만 법무장관이 직접 언급하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말수를 줄여야 한다. 가상화폐는 어디서나 말썽이다. 이럴 땐 국내외 동향을 살펴가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최상이다. 미국을 보라. 논란은 있지만 혼란은 없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지난달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다음달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관련자들을 불러 가상화폐 청문회를 연다. 누구 하나 호들갑 떨지 않는다. 시장 자율을 존중하되 법 제정권을 쥔 의회가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가상화폐가 나쁜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때 가상화폐를 '사기'라고 비난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사기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사실 가상화폐의 종착역은 아무도 모른다.
작년 1차 대책을 내놓을 때 정부는 훌륭한 원칙을 세웠다. 부작용을 줄이되 혁신의 싹은 꺾지 않는다는 균형감이 그것이다. 그 원칙에 비추면, 거래소 폐쇄는 빈대 잡는답시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