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민과 함께 하는 '열린 환경혁신'

'냉정한 이타주의자' 책에는 아프리카 플레이펌프(play pump)가 등장한다. 플레이펌프는 어린이 회전 놀이기구인 '뺑뺑이'를 펌프 기능과 결합시킨 기구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에 플레이펌프를 공급해 식수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은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었고, 아프리카 곳곳에 플레이펌프 약 1800대가 설치됐다. 그러나 열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펌프를 돌리는 데 아이들의 노동이 동원되면서 사고가 속출하고, 결국 어린이 대신 성인 여성들이 펌프를 돌려야 하는 일거리를 떠안게 됐다. 관리체계가 허술해 자체적인 유지보수도 불가능했다. 결국 플레이펌프는 식수 문제 해결은커녕 아프리카 마을의 흉물로 전락해 버렸다.

이렇듯 당초 취지와 상관없이 공급자의 최선이 수요자 입장에서는 최선이 아닌 경우가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양질의 정책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국민의 만족도여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톱다운(top-down)이 아닌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정책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국민이 정책입안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민관협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며, 국민이 공감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열린 혁신'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이다.

환경산업기술원 또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열린 환경혁신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기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먼저 핵심 업무인 환경 연구개발(R&D)부터 '열린 R&D'로 전면 개편한다. 기존에는 정부 주도로 R&D 로드맵을 수립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한 수요자 주도 방식으로 전환한다. 톱다운으로 주제가 결정되는 기획공모형 R&D를 대신해 주제를 별도로 정하지 않는 자유공모형 R&D를 확대하고, 공고 이후에도 수정 및 추가 제안이 가능한 개방형 과제 제안요청서 제도를 도입한다. R&D를 평가할 때는 전문가 중심의 닫힌 평가체계에서 국민배심원단의 참여, 전문가 등 제 3자의 평가로 전환한다.

환경인증 분야에서도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친환경제품에 대해서 민간단체와 합동으로 사후관리를 하고, 국민 체감도가 높은 생활밀착형 제품이나 생활화학제품을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또한 시민 자문단의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열린 환경혁신'을 통해 국민이 만족하는 최고의 환경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 전문기관으로 재도약 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노자(老子)는 "강과 바다가 수많은 산골짜기 물의 복종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항상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책 공급자는 낮은 자세로 임하고, 열린 마음으로 국민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다. 무술년 새해에는 국민과 함께 하는 '열린 환경혁신'이 활짝 꽃피우길 기원해본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