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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급전지시' 빈발.. 전력수급 계획 다시 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4 17:09

수정 2018.01.14 17:09

툭하면 기업에 "전기 끄라"니.. 성급한 탈원전 역풍 걱정돼
정부의 전력 수요감축 요청(급전지시)이 빈발하고 있다. 지속적인 한파로 인한 전력수요가 늘자 지난 11일, 12일 이틀 연속 급전지시를 발동했다. 지난해 연말에 이어 올겨울 들어 벌써 다섯번째다. 특히 12일 감축 지시량은 3300㎿ 규모로 역대 최대다. 이로 인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 기업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가 산업체들에 "전기를 끄라"는 지시를 남발하게 된 근본요인을 살펴 볼 때다.


급전지시는 2014년 제도 도입 후 2016년까지 세번만 발동됐다. 일시적 전력 과소비를 억제하는 차원에서였다. 이번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강의 한파 등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짧은 기간에 발동을 남발한 데다 12일의 감축 지시량이 역대급이었기 때문이다. 감축 요청한 3300㎿는 원자력발전소 설비용량이 대개 1000㎿라면 원전 3기 생산량이다.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안이하다는 지적을 받은 배경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문재인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계획이 매우 비현실적임을 뜻한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정비 등을 이유로 원전 9기 가동을 멈췄다고 한다. 이것이 현 정부 전체가 탈원전 도그마에 빠진 징후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탈원전 드라이브를 밀어붙이다 자칫 전력 부족 사태가 일상화 될 수도 있어서다. 더구나 인공지능, 스마트공장 등 4차 산업혁명기의 미래형 산업들은 하나같이 에너지 집약적이라 걱정은 더 커진다.

무릇 정부라고 해서 항상 전지전능한 정책을 짤 순 없다. 정책방향 설정이 잘못됐을 때는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적시에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초 원전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도 집권 후 급격한 탈원전의 비현실성을 인식하고 방향을 선회한 전례를 참고할 만하다. 가뜩이나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전력 수급에 더 큰 구멍이 뚫려서는 안될 말이다.
정부는 신재생을 포함한 에너지원별 기술혁신 속도에 따라 달라질 전력수급 안정성을 정확히 예측해 이를 토대로 합리적 에너지믹스 로드맵을 다시 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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