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미국산 쇠고기

역대 조선 왕 중 세종은 고기를 사랑한 왕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태종은 신하들에게 "주상은 하루라도 소찬(고기나 생선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하면 안 된다"고 유언을 남겼다. 세종은 상중에 유일하게 고기를 끊었지만 몸이 허약해지자 다시 고기를 섭취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왕이기에 가능했던 특권이다. 당시 고기는 아무나 먹는 음식은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기 소비는 세종에 버금간다.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에서 2015년 47.6㎏으로 9배 이상 늘었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1.6배를 먹는다. 쇠고기 소비량이 가장 두드러진다.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1970년 한국이 1.2㎏으로 일본(2.1㎏)의 절반을 조금 넘었다. 2015년에는 10.9㎏을 소비해 일본보다 약 2배 많은 양을 먹었다. 정부가 2001년 쇠고기 수입을 자유화하자 소비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소비를 늘린 일등공신은 미국산 쇠고기다.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자유화 이후 2003년 위기를 맞았다. 미국 내 광우병이 발견되자 우리 정부가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수차례 협상 끝에 정부는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다. 검역조건을 대폭 완화했다는 이유로 국민은 대규모 반정부 촛불시위를 벌였다. 애를 먹은 정부는 수입조건을 추가해 겨우 갈등을 해소했다.

수입재개 5년 만에 미국산 쇠고기는 한국 식탁에 안착했다. 14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약 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미 전년 같은 기간 연간 수입액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 2위 수입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미 FTA 폐기론을 들먹이자 미국 정치권이 반대성명을 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6일부터 한·미 FTA 개정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측은 우리 대미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철강분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선 한우농가를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거론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정부도 FTA 협상에서 쓸 카드는 많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