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규제]

은행, 가상화폐 계좌 개설 중단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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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상계좌 실명화 시스템은 도입
가상화폐 거래소에 공문.. 높은수준 자금세탁 규제도.. 해외로 이전해도 환금 제약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의 가상계좌를 계설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4시간 초단위로 입출금이 진행되는 가상화폐의 가상계좌를 강도 높게 관리하기에는 은행권의 인력과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인 가상계좌에 적용할 실명제 시스템은 만들기로 했다. 가상계좌의 실명제 시스템은 내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상호평가가 걸린 만큼 가상화폐 문제가 아니더라도 도입해야 한다. 은행권은 일반계좌보다 높은 수준의 자금세탁 규제를 가상계좌에 부여해야 한다.

■가상화폐 계좌, EDD 도입 어려워 중단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초단위로 입출금이 진행되는 가상화폐의 가상계좌에 대한 자금세탁 규제가 높아지는 만큼 가상화폐 계좌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빗썸과 코빗, 이야랩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기존 가상계좌의 정리 방안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가상화폐를 불문하고 모든 가상계좌는 일반계좌의 자금세탁규제인 '고객확인의무(CDD)'를 강화한 '위험고객확인의무(EDD)'를 적용받는다. 지난해 일부 은행들이 CDD를 제대로 준수하지 못했다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았는데 EDD는 이보다 관리 수준이 높아 인력과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CDD는 △고객 명의(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와 연락처 △거주지 등의 일반 정보만 확인하면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EDD는 고위험 고객이 대상인 만큼 CDD 외에 △금융거래의 목적과 자금출처 △직장 △재산현황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가상화폐 가상계좌는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계좌에 초단위의 단타 거래 등으로 입출금을 하는 만큼 EDD로 관리하기 어렵다. 은행들이 24시간 초단위로 입출금하는 불특정다수에 대해 자금출처와 거래 목적, 직장, 재산현황까지 관리하기는 인력과 비용상 힘들다. 자칫 EDD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포착되면 금융당국 제재도 받는다.

금융당국이 가상계좌의 실명제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것도 이같은 EDD 적용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가상계좌로 입출금하는 만큼 EDD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입출금될 우려가 있어 강화된 실명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파트 관리비 등은 정기적인 입출금이라 가상계좌여도 큰 문제가 없지만 가상화폐 가상계좌는 그렇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제로 금감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이번 점검에서 일부 은행들이 이같은 이유로 가상계좌의 실명제 도입이 힘들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가상계좌의 실명제 도입을 하지 않으면 은행들은 글로벌 영업 경쟁력이나 당국 인허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해외 이전해도 환금 어려워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가상화폐의 가상계좌를 폐쇄하는 이유에 대해 수긍한다. 가상화폐의 계좌 폐쇄가 진행되면 계좌 폐쇄 전까지 모든 입금을 막되, 출금까지의 유예기간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일단 자금회수 기간을 확보해 투자자들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가상계좌에 초단위로 입출금을 하는데 이를 은행들이 본인인증까지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 폐쇄는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가상계좌로 가상화폐를 거래한 투자자들이 실명확인을 거부하면 과태료도 내야 한다.

그래도 가상화폐를 보유하겠다는 투자자들은 전자지갑을 해외 거래소에 옮길 수 있지만 이를 원화로 환금하기 어렵다. 일단 현지 은행의 계좌는 현지인에게만 개설된다. 또 현지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팔고 달러 등으로 받아도 원화환전을 위해 국내 은행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 외화 송금은 1회 한도 2000달러(200만원) 이상일 경우 지급증빙서류 제출이 필수다. 연간 누계로는 5만달러(5000만원) 이상이면 영업점을 통해야 송금이 가능하다. 이때는 지급확인서 및 거래사실 증명서, 납세 증명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특히 연간 지급 누계가 1만달러 이상이 되면 국세청에 자동 통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로 이전한 투자자들이 국내 원화로 환금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소액송금으로 투자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수백만원을 단타로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