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도약 대북해법 길을 찾다]

송영길 북방경제위원장 "남북정상회담 한다면 올해.. 단, 핵동결 합의가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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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끝> 송영길 북방경제위원장
남북대화로 신뢰 더 쌓인다면 북.미 직접대화 하도록 도와줘야.. 트럼프 비즈니스 마인드 긍정적
北 SLBM 계속 발전시키기 전에 핵 동결시킨 후 폐기로 가야.. 美, 北 체제 보장해주고 개방 유도를

송영길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와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등 파견 합의, 미국과 중국의 남북대화 지지 등으로 한반도 안보정세가 주요 전환점을 맞고 있는 데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성사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대화 성사의 전제조건으로 '핵동결 합의'를 강조했다. 북핵동결을 유도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이를 '북.미 간 직접대화'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사진=박범준 기자
"우리의 기본전략은 북.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대화하도록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나는 그 둘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열려야 할 것입니다. 대신 조건이 있죠. 핵 동결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4선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을)으로 현재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송영길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한반도 운전석에 앉은 상태"라고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8개월간 요지부동이었던 운전석 핸들이 모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북.미 대화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기꺼이 북.미 대화로 가는 통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트라우마처럼 시달렸던 통미봉남의 우려는 떨궈라, 좀 더 과감한 드라이버가 돼라'는 주문이다. 물론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다. "시점은 올해가 돼야 할 겁니다." 정권 말에 가서야 성사된 정상회담은 아무것도 담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던 참여정부 때의 쓰라인 경험 탓이다. '조건'이 마련된다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핵동결' 정도만 약속한다면 그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선 목소리가 높아졌다. "평화협정을 주한미군 철수, 적화통일로 보는 시각은 '마치, 돈키호테가 풍차를 보고 괴물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올해는 그가 맡고 있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굵직한 가시적인 실적을 낼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다섯번 만났고, 세번에 걸쳐 독대를 했던 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됐을 당시엔 2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가 김진명이 신작 '미중전쟁'에서 그를 가리켜 "푸틴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북핵문제 해결의 키맨으로 자신있게 묘사했던 것도 이런 일화에 기인한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송영길 위원장을 14일 서울 세종대로 북방경제협력위에서 만났다. 다음은 송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남북대화가 신뢰를 쌓는 첫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화의 목표점은 어디에 있나.

▲일단은 북핵 동결을 유도하면서 남북관계를 같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신뢰가 더 쌓인다면 '북.미 간 직접대화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기본전략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보나.

▲그 둘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둘의 대화를 도와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긍정적인 부분을 뽑아내자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선 이후에도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전략적 인내를 강조했던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부분이다. 더구나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수사니 탄핵론 등 미국 내에서 위기에 놓여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최대 성과로 홍보했듯이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켜 치적으로 내세운다면 탄핵위기도 벗어나고 중간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강조했는데, 통미봉남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런 논리라면 남북정상회담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며 소극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면 시기는.

▲올해 해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정부 임기 내 뭐든 집행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노무현정부 땐 임기 초기에 못해 결국 임기 마지막에 가서야 10.4 정상선언(2007년)을 했다. 그러니 아무런 실천이 담보되지 않았고, 이명박정부 들어 다 무산됐다. 문 대통령 임기 내 성과를 다음 정권이 지속하도록 하려면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내년(2019년)이 3·1운동 100주년이다. 남북이 함께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다면 민족이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감대를 만들 최대의 기회라고 본다. 얼마전 가수 조용필씨를 만났는데, 다시 한번 평양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웃음)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면, 올해 하반기 정도로 보는가.

▲조건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면 우선 핵동결 합의를 해야한다. '핵을 더 이상 추가하지 않는다' 든지 '지금 있는 핵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들을 같이 놓고 논의 테이블을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정도만 합의하면 정상회담은 가능하다.

―북한의 대화 제의 의도에 의구심이 여전하다. 정부와 청와대 내에서도 신중히 가자는 목소리가 읽혀진다.

▲모든 것을 기만 또는 전술로 보는 것이야말로 냉전적 사고다. 북한은 북한의 의도가 있고 우리도 우리의 의도가 있다. 서로의 의도를 활용해 '공약수'를 만드는 것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것은 그 기간 도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도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 올림픽 중 그 약속이 지켜진다면 그다음 논의를 할 수 있는 신뢰가 생기는 법이다.

―핵동결이 결국 북한핵을 용인, 합리화하는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북한은 아직 보복능력이 없다.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완성되지 않았고 전략핵폭격기도 그렇다. 그대로 뒀다가 북한이 SLBM을 계속 발전시키면 그땐 어떻게 할 건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다 무용이다. 지금이라도 핵동결이 필요하다. 동결시키면 핵폐기는 어차피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경제제재 해제와 맞물려 가는 거다.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북.미 대화를 해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치자. 우리 의도대로 가겠는가.

▲평화협정으로 곧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적화통일될 것이라고 보는 건 마치 돈키호테가 풍차를 보고, 괴물이라고 달려드는 것과 똑같다. 그건 어린애가 그린 인공기를 보고 화를 내는 것과 똑같다. 막말로 남북이 완전 평화가 되면 주한미군이 있을 필요가 뭐가 있느냐. 외국 군대가 주둔해 있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잘못된 사고 아니냐. 물론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당분간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하다. 중국.러시아 등 동북아 힘의 균형 차원에서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에게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데.

▲북한으로선 경제발전을 해야 하지만, 그것이 체제위협으로 가지 않도록 어떻게 통제하느냐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지 않겠다고 안심을 주면서 개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남북관계는 물론 북한의 변화에도 도움되지 않겠나. 북한 경제가 발전해 살고 싶어져야 전쟁을 안할 것 아닌가. 소련 붕괴 당시 우크라이나가 핵을 1700개가량 가지고 있었다.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핵 문제가 없어졌다. 시장경제 전환과 함께 남북관계가 풀리면 북한이 핵을 1000개 가지고 있더라도 해결은 금방이다.

―향후 한반도 정세가 북한에 달렸다고 봐도 되나.

▲왜 그게 북한만의 몫이냐. 북.미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 체제를 보장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핵을 포기하겠는가. 체제를 보장해주면 핵을 포기할 수 있지 않겠나. 미국의 적국에서 파트너로 거듭난 베트남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미국으로선 새로운 제조공장으로서, 중국을 대체하는 제2의 베트남으로서 북한을 적극 활용하는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핵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체제보장 문제를 같이 한다면 못할 건 없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올해 목표는.

▲북방경제협력 로드맵을 4월까지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러시아에선 우리 기업 600곳이 투자해 사업하고 있는데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북방위가 도와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게 목표다. 우선 이달 28일 러시아 북극해 연안 야말반도에 간다. 야말 2단계 사업 등 우리 기업의 사업 참여 기회를 모색할 생각이다.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의 대우조선해양 거제 방문은 사실 내가 제안한 것인데…. 지금 현재 우리가 15척 LNG(액화천연가스)쇄빙선을 수주해서 짓고 있는데, 러시아에서 2차분 15척이 발주된다. 그걸 따내는 게 목표다. 약 2조원 규모다.
북방정책으로 제시한 나인브리지(9개의 다리)전략 중에선 슈퍼그리드(신재생에너지 전력망) 문제를 진척시키고 싶다. 또 가스관 연결은 쉽지 않아 도입물량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할 거고, 철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철도를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을 늘리는 것과 나진.하산을 연결하는 것, 동해철도 나머지 구간을 완성하는 게 주요 과제다. 한.러 간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향후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을 확대해 북핵 해결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