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직내 군대문화 "없어져야 할 적폐" vs. "팀워크 위해 필요"

한국의 '군대식 기업문화'

#.1 2018년 KB국민은행이 신입사원 연수 중 100㎞ 행군 프로그램을 위해 일부 여자 신입직원들에게 피임약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있다. 행군 프로그램 중 생리주기를 피하기 위해서인데, 국민은행 측은 강요는 없었고 원하는 사람이 있어서 약을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입사원이 자율적으로 행군에서 빠지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며 무리하게 군대식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2 지난 2014년 유튜브에 '반도의 흔한 연수원'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에는 남녀 신입사원들이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린 채 기마자세로 서서 '주인 정신'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큰 소리로 읽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신한은행이 신입사원들에게 기마자세로 복창 낭독을 시킨 것이다. 해당 동영상이 알려지며 신한은행 역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역시 은행권을 비롯한 기업들의 혹독한 신입사원 교육이 도마에 올랐다. 애사심과 도전정신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험한 행군이나 등반을 하는 등의 극기훈련식 연수가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훈련들이 업무능력 함양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다.

입사 5년차인 A씨는 "변해야 산다고 매일같이 말하면서 5년 전 입사할 때와 지금이나 신입사원 교육을 보면 큰 변화가 없다"면서 "극기훈련을 시키는 이유가 '까라면 까'라는 식의 복종시키는 기업문화를 체득시키기 위한 것 말고 무엇이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B씨의 경우 "동기애를 쌓을 수 있고 프로그램을 끝마친 후 느꼈던 성취감이 높아 좋은 기억이 있다"면서 "특히 은행이란 조직은 1부터 10까지 다 규제이고 규율인데다 개인적인 업무성과도 중요하지만 지점이나 부서에도 함께 진행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아 팀워크 형성이 중요하므로 이런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인데, 무조건 군대식 문화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찬반이 나뉘는 것은 기업문화 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면서 이에 대한 의견 역시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식 문화가 팽배한 교육이 일상화된 기성세대와, 세대가 바뀐 만큼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신입사원들의 목소리

가 갈리면서 조직 내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LG경제연구원 박지원 연구위원은 "상사의 업무지시에 일사천리로 움직이고, 주말도 반납하며 회사를 위해 일하고 힘든 업무가 끝나면 수고했다며 다같이 모여 늦은 밤까지 회식을 하는 등 집단주의의 응집력은 우리 기업들이 단기간에 성공 신화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면서 "이런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최근 입사하는 젊은 세대들의 자기를 중요시하는 태도와 소속감·애사심이 부족한 면에 대해 당혹해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발표한 '한국 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건강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직원 간 시각차가 뚜렷했다.

경영진은 자사의 조직건강을 최상위 수준(71점)으로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최하위 수준(53점)으로 진단하며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이에 보고서는 "경영진이 기존 마인드에 입각해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할 경우 전사적 호응과 근본적인 변화를 달성하기 힘들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최근 각 기업들은 기업문화 변화를 위해 '(야근 없는) 패밀리데이' '회식문화 개선 캠페인' '직급파괴로 수평적 문화 만들기'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무늬만 변화할 뿐 실제로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조직문화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공통적인 지적이다. 대한상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기업문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융합과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한 유연한 사고가 관건"이라면서 "기업들로서는 이에 맞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 생존과 지속 발전에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됐지만 아직 한국 기업문화는 취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양혁승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완전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면서 "한국 사회가 그동안 중시해왔던 통제와 경쟁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전략에서 벗어나 공유와 협업 속에서 창조와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