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파리바게뜨 사태, 불씨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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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사 대다수 의견 무시.. 합작사 기업노조도 반발

파리바게뜨가 자회사를 통해 제빵사를 고용키로 했지만 정작 합작법인 노조(제3노조)의 의견은 무시해 갈등의 불씨만 키웠다. 제3노조 측은 지난주 "외부 노조와 정치인, 시민단체가 한 기업의 정식 노조를 무시했다"면서 "무슨 권리로 지분구조, 근로계약서 재체결을 강요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파리바게뜨는 11일 합작법인을 본사 지분 51%의 자회사로 만들어 제빵사를 고용키로 했다. 나머지 49% 지분은 가맹점주가 짊어진다. 임금은 16.4% 높였다. 정치권과 양대 노총 등 8자 합의를 봤지만 정작 합작법인 '해피파트너즈' 노조원 800명은 협상에서 빠졌다. 합작법인에서 빠진 협력사도 존폐 위기다.

자회사를 통한 제빵사 고용은 본사와 가맹점주 부담만 높였다. 초반에 논의했던 3자 합작법인에서 협력사가 빠졌기 때문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3자 합작법인에 비해 제빵사 임금상승 부담이 커졌다. 제빵기사들의 고용불안은 더 커졌다.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파리바게뜨 가맹점 200여곳은 점주가 직접 빵을 굽는다. 그런데 매월 가맹점주 30~40명이 제빵교육을 요청하고 있다. 점주들이 제빵사 임금상승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협상에서 제외된 협력업체 12곳은 존폐위기에 몰렸다. 특히 이들 중 8곳은 파리바게뜨에만 인력을 공급했다. 3자 합작법인에서 제외되면 이들은 껍데기만 남는다. 본사는 협력사 대표를 지역 본부장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이 역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제빵사들이다. 해피파트너즈 노조는 대화 창구에 끼지 못했다. 해피파트너즈는 제빵사 4500명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직접고용 대상자 5300명의 80% 이상이다. 제3노조 측은 이번주 중 상임집행회의를 통해 별도 행동을 논의 중이다. 이대로면 노노갈등은 예정된 수순이다. 본사는 16일 해피파트너즈 노조와 만난다. 이번엔 노조 입장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낡은 법을 고치는 문제도 남아 있다. 파리바게뜨 사태의 근본 원인은 비현실적인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때문이다.
파견법상 파견 가능한 일은 청소, 경비 등 32개 업무다. 20년째 그대로다. 국회가 낡은 파견법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파리바게뜨 사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