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일자리정부 맞나요?

말 많은 가상화폐 거래소 젊은이 수백명 새로 뽑아.. 고용탑을 주진 못할 망정

그 뉴스를 듣고 세상이 바뀐 걸 새삼 알았다. 셀트리온 시가총액이 현대차를 앞섰다는 뉴스말이다. 생명공학 업체로 1991년 출범한 셀트리온의 시총이 40조원을 넘어섰다. 설립 반세기가 넘은 현대차는 34조원 수준이다. 셀트리온이 '감히' 현대차를 앞질렀다. 국내 상장사 전체를 봐도 셀트리온 시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다.

그런데 잠깐, 직원수는 어떨까. 셀트리온은 겨우 1438명(2017년 9월 기준)이다. 현대차는 6만8000명이 넘는다. 세상은 이렇게 달라졌다. 잘나가는 회사들은 더 이상 수만명, 수십만명을 고용하지 않는다. 코스피 시총 6위인 네이버는 종업원이 2650명에 불과하다. 셀트리온과 경쟁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9위)는 2060명에 그친다.

걱정이 태산이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체감실업률은 23%에 이른다. 앞으로 일자리는 어디서 만들어야 하나. 도리 없다. 셀트리온 같은 회사가 비 온 뒤 새싹처럼 돋아나야 한다. 그런 회사를 열개, 스무개 합쳐야 간신히 현대차 직원수와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현장 방문지로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참 아쉽다. 배를 만드는 조선업은 구식 자동차처럼 지는 업종이다. 아무리 용을 써도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일자리 대통령이라면 옥포보단 판교 테크노밸리를 찾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인천 송도에 둥지를 튼 바이오 클러스터도 좋다. 판교와 송도는 4차 산업혁명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거기에 미래 일자리가 있다.

문재인정부를 일자리정부라 한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틈만 나면 일자리를 말한다. 그런데 과연, 정말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부일까. 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정책은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다. 하지만 질을 높이면 양은 준다. 그게 세상 이치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마이너스다.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반일자리 정책이다.

가상화폐만 해도 그렇다. 일자리정부라면 가상화폐 시장을 몽둥이로 내리쳐선 안 된다. 왜? 거기서 일자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얼마전 400명 채용 계획을 밝혔다. 정보기술(IT) 전문가도 뽑고, 콜센터 상담원도 뽑는다. 100% 정규직이다. 빗썸은 수당도 후하고, 직원 복지도 넉넉한 편으로 알려졌다. 경쟁 거래소인 업비트도 최근 직원 100명을 뽑았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일하던 2~5년차 젊은 직원들도 꽤 옮기는 모양이다.

반면 은행은 일자리가 준다. 신한은행은 연초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다른 큰 은행들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은행이 지점망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폰이 바로 점포다. 지점이 줄면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뜨는 업종이라면 은행은 지는 업종이다.

물론 가상화폐 시장을 오로지 일자리만 보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자리정부라면 좀더 열린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내놓고 돕지는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올해부터 종래 수출탑처럼 고용탑을 주기로 했다. 일자리 많이 만든 기업한테 준다. 빗썸이나 업비트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도 후보로 검토하길 바란다. 일자리정부가 맞다면 그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