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정부

최저임금 부작용 대응이 더 큰 부작용으로 이어져

억지로 올린 최저임금이 내내 말썽이다. 이번엔 정부의 과잉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악덕 고용주로 몰아붙일 태세다. 상습 위반자는 명단을 공개하고 신용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관련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졸지에 악덕 고용주 오명을 뒤집어쓸 자영업자들은 잔뜩 뿔이 났다. 울고 싶은데 정부가 뺨을 때린 격이다.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시종일관 비현실적이다. 올해 시급을 작년보다 16% 이상 높게 올린 것부터 잘못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근사해도 정책은 현실에 뿌리를 박아야 한다.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두자릿수 인상을 강행했다.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 그 부작용을 치유하는 수단마저 비현실적이다. 종업원 서너명을 둔 자영업자의 이마에 악덕 고용주 낙인을 찍어서 어쩌자는 건가. 이들이야말로 문재인정부가 보듬어야 할 서민층이 아닌가.

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은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며 "독일.일본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성장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에 집착한 나머지 애써 현실을 외면하는 듯하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 하르츠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였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친기업 정책이다. 엔저와 법인세 실효세율 인하는 기업을 살리는 정책이다. 독일.일본은 우리와 사뭇 다른 길을 걸었다.

장관들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 분들이 계시겠지만 전체적으로 싸잡아 말하는 것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도 반월산업공단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양극화 해소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 해소의 무거운 짐을 왜 하필 영세업자에게 지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부총리와 장관의 발언에선 따스한 배려는커녕 냉기만 돈다.

2013년 박근혜정부 첫해에 당시 조원동 경제수석은 연말정산 증세를 거위털 뽑기에 비유했다 민심 이반을 불렀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보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나온다.
여인숙을 차린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는 손님이 침대보다 크면 발을 잘랐고, 침대보다 작으면 강제로 몸을 늘려서 맞췄다. 최저임금 정책 때문에 일자리가 줄고 물가가 들썩인다고 아우성이다. 민심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손님을 탓할 게 아니라 엉터리 침대부터 수리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