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백화점 천국' 일본의 백화점들이 문닫고 있다...10년새 20% 감소

-일본에서 트랜드를 말하다.①
-日 신년 후쿠부쿠로 문화...1년 최고 세일 기간 ‘신년 세일’
-日 백화점 인터넷쇼핑몰 등과의 경쟁 치열...폐점 잇따라
-절약하는 소비 문화 확산...온라인으로 가격 비교하고 구매
-살길 찾는 백화점...일부 층 전세 놓고 지역밀착 제품으로 차별화

일본 도쿄 신주쿠구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 앞에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사진=fnDB
【도쿄=전선익 특파원】“올해에도 이세탄 신주쿠 본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한쪽 벽으로 붙어 서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줄의 끝에 백화점 직원이 푯말을 들고 있으니 거기서부터 줄을 서주시면 됩니다.”
2018년 1월 3일 오전 8시. 백화점 문이 열리는 오전 10시 반보다 한참 이른 시간임에도 백화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대기중입니다. 일본의 최대 세일인 ‘신년 세일’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매년 1월 1일 연중 가장 큰 폭의 세일과 함께 후쿠부쿠로(福袋, 복주머니) 행사를 합니다. 후쿠부쿠로란 새해 연휴에 백화점이나 브랜드숍에서 판매하는 한정 상품입니다. 복주머니 안에 몇 가지 상품을 담아 정가보다 기본 50% 가량 싸게 파는 행사입니다.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모른 채 사야해 복불복이기도 합니다만 개중에는 구입 가격의 9배에 달하는 상품도 담겨있어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날 이세탄 백화점의 행사장에서 만난 사토 아츠시 플로워 매니저(가명, Floor Manager)는 “올해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한시름 놓았다”며 “일본의 백화점들은 최근 들어 쇼핑 트렌드의 변화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걱정했었다”고 허탈한 웃을을 지었습니다.

이세탄 백화점은 지난 2008년 백화점 업계 4위인 미츠코시와 5위인 이세탄을 합친 일본 최고의 명품 백화점입니다. 이세탄 백화점은 132년의 역사를 가진 백화점으로 오랜 기간 일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백화점입니다. 사실 일본은 백화점 천국입니다. 한국의 백화점 문화가 본격화된 것도 일본의 영향이었습니다.

일본 도쿄 신주쿠구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 앞에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사진=fnDB
이날의 인파만 봐서는 그의 걱정이 부질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의 말은 일본 백화점 업계의 현실입니다.

일본 백화점 업계는 온라인 쇼핑과 인구 감소로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닛케이신문은 지난 14일 일본의 백화점들이 10년 사이 20%나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2018년 6월 말이 되면 일본 전지역의 백화점 매장 면적은 555만㎡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 2008년 말 680만m2에 비해 약 20%나 줄어드는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폐점이 잇따르고 백화점 일부 층을 전문점에 빌려주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소비가 늘고 있지만 인터넷 쇼핑몰 등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백화점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백화점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츠코시 치바점(치바시), 사카이 키타하나 한큐(사카이시) 등 6개 점포가 폐점했고 올해 6월까지 세이부 후나바시점(치바현 후나바시시), 이세탄 마쓰점(마쓰도시), 마루 에이(나고야시) 등 6곳이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반면 지난해이어 올해도 신점 계획은 없습니다.

닛케이신문은 백화점 매장의 감소가 2009년 이후 시작돼 10년 연속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습니다.

매장과 더불어 매출도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일본 백화점의 전국 매출은 지난 1991년 약 10조엔을 기록했었으나 지난 2016년에는 6조엔을 밑돌정도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시즈오카 이세탄의 전단지 /사진=fnDB
일본 백화점들은 소비 환경의 변화가 점포를 폐점하게 만들고 매출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절약 지향과 맞물려 등장한 온라인 쇼핑몰로 같은 물품을 보다 싼 가격에 찾아 구매 하는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백화점에 가서 옷을 입어보고 온갖 서비스를 다 받은 후 정작 구매는 온라인 몰을 통해 하는 ‘얌체족(알뜰족)’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새롭게 변신에 성공한 백화점도 있습니다. 백화점하면 쉽게 떠오르는 명품관들을 없애버리고 지역밀착형 백화점으로 탈바꿈해 성공한 사례가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시즈오카 이세탄 백화점은 지역의 생활 수준을 고려해 명품 보다 지역 특산물을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것은 5분기 연속 매출 증가를 불렀습니다.

시즈오카 이세탄 백화점은 지역의 중소기업이나 농장 등을 찾아 그들의 물품을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 예로 딸기를 재배하는 나카지마농원(시즈오카시)은 시즈오카 이세탄이 발굴해 낸 농원으로 이세탄과의 거래로 평판이 높아져 빵 제조업체와 지역 소매업자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카지마 마사코 나카지마농원 대표는 “이세탄의 소개를 계기로 판로가 확대됐다”고 기뻐했습니다. 대기업과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상생하는 바람직한 모델입니다.

축구가 인기가 높은 지역이기에 이른 아침 운동을 나가는 사람들의 시간에 맞춰 아침식사를 판매하는 것도 백화점의 인기를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고합니다.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파악해 그들의 요구를 잘 파악한 사례입니다.

이런 발상이 태어난 배경에는 전직원의 영업 마인드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영업 부서의 회의에 총무부서 직원도 참석할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 화장품 면세 매장에 몰린 중국인들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국경절(10월 1~7일) 연휴를 맞아 대거 방한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10월 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코너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백화점 위기를 보면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백화점의 매출은 어느새 부유층과 관광객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게 됐습니다. 시즈오카 이세탄 백화점처럼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백화점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가게들을 살린다고 대형 마트와 백화점들을 문닫게 하는 조치보다 함께 상생해 나갈 수 있는 움직임이 일어나면 훨씬 더 효과적일꺼라 생각됩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